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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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남자가 중요한 일이 떠오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여행은 해가 떨어지는 순간에 끝납니다. 어디에 있든 해 질 녘엔 서쪽을 향해 걸어야 합니다. 그럼,고객님은 이곳으로 자동 소환됩니다. 만약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고객님은 사람으로 환생할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평생 거미로 살아야 합니다. 이 점을 기억하세요. 자 그럼!" (-19-)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죽었다.그리고 지금 천국으로 돌아간다. 내가 살던 세계를 떠나 온 것뿐.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44-)

"군밤이 , 이리 온!"

할머니가 다가와서 안으려고 하자 내가 으르렁댔다.; 할머니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제는 나를 가만둘 거로 생각했는데 조금 뒤에는 밥을 가져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밥을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할머니도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건너뛰었다.어느새 집이 캄캄해졌다. 희미한 불빛 아래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56-)

이번에도 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홀가분했다.나는 유난히 빛나 보이는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알마 가라사대, 천국에도 사랑은 있다. 사랑을 멈추지 않는 한, 어디서든 사랑은 계속될지어다. (-108-)

어릴 적 시골에 가면, 동네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벗하며 지냈으며,소와 돼지들과 한옥집에 동거동락하며 살았다. 주말이면 시골에 들어가서, 군밤, 군고구마를 까먹으며서,밤을 지샐 때가 있다. 조용한 시골 밤, 강아지가 갑자기 짖고,고양이가 갑자기 짖을 때면, 인간의 오감을 벗어난 동물들의 비과학적인 삶을 생각할 때가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인간이 모르는 것을 동물은 알고 있을 갓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우화집 『거미의 인사』은 가벼우면서, 묵직하다. 이 우화집에는 세 편의 이야기 「거미의 인사」, 「영혼의 무게」,「알마 가라사대, 사랑은 계속된다」 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인간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 갑작스러운 죽음이 내 앞에, 내 가족 앞에 나타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준비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가족은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는다. 인간은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족이 예기치 않은 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하고, 거미로 환생하게 되고, 환생한 거미가 누구인지 알아챈 귀여운 강아지 코리, 인간의 오감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것,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은 비과학적이지만, 우리 삶 전반에 여러가지 며화를 줄 수 있다. 살아 생전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 불행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내 가족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슬픔과 그리움에 잠겨들 수 있다. 죽음과 사랑은 돌떨어져 있지 않으며,용기를 내어서, 당당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환생을 통해서, 죽은 이나 남아 있는 가족들이나 ,풀지 못했던 것,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할 수 있다면,그 자체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세편의 단편 스토리가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영혼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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