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중의 정원
김다은 지음 / 무블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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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중이 키운 과일과 채소는 점점 그 양이 풍성해져, 수양대군을 찾는 많은 손님까지 대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문종 임금이 승하하고,어린 임금이 즉위했을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열 세살이었던 나영도 열두살의 어린 왕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실이 불안했으니, 어른들은 더욱 그렇게 느꼈던 모양이다. 그즈음 수양대군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항상 옆에 몸집이 큰 바위 같은 장사 두세 명을 데리고 다녔다. (-9-)

소용마마는 여느 후궁과 달랐다. 다른 후궁들은 수양대군께서 왕위에 오르신 후 궐 안으로 들여 맞이한 분들이지만, 소용마마는 수양대군의 사저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난 여종으로, 수양대군께서 왕으로 즉위하신 후에도 중전의 배려로 궐 안에 들어왔고, 임금의 성은을 입어 정3품 소용의 첩지까지 받았을 뿐만 아니라, 왕자군 아지를 낳은 분이었다. (-39-)

"대령숙수가 음식점을 차리도록 돈을 조금 보태주고, 죽은 환관 김중호와 최호의 아내들이 그곳에서 일하면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도록 해줄 작정이다.그러니 이제 그 염려는 붙들어 매거라. 서로 외로운 처지이니 잘 돕고 살아갈 것이다." (-151-)

"대감, 그런데 그 최성달이라는 자가 그때 썼던 글이 바로 차지정 비밀 벽틈에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안평대군께서도 소인처럼 그때 받은 놀라움이나 신기함으로 인해 보관해 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다니는 소용 박씨의 연서 필사본이 이 최성달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엇습니다. 물론 이것은 미천한 소인의 추측일뿐이지만, 안평대군 쪽 사람들이 최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37-)

나는 덕중이 백팔장 모임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세종 어지 54자를 108자로 만드는 법을 여종 덕중이 수양대군에게 가르쳐 준 것이 우연히 아니라고 여겼다. 백팔장이 미리 계획하여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만우처럼, 그녀도 백팔장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임무를 비밀리에 띠고 있다고 여겼기에 매우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아나갔다. (-300-)

훈민정음에 관한 소설은 다수 나왔다. 첫번째, 이정명 작가가 쓴 『뿌리깊은 나무』가 있으며, 김진명 작가가 쓴 『글자전쟁』이 있다. 훈민정음은 전세계 최초로, 글자가 만들어진 기원이나, 훈민정음 반포까지 기록되어 있으며,그 한글, 훈민정음의 실체가 명명 맥백하게 밝혀져 , 명확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훈민정음의 문화적 가치는 무한대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번째 , 훈민정음 언해본에 숨겨져 있는역모를 다룬 역사 소설 『덕중의 정원』이 출간되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은 단순히 소통을 위한 도구,남녀 노소 누구나 익히고,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었다.한글은, 권력의 상징이며,은밀하고,왜곡되어 있다. 수양대군 때, 훈민정음 언해본에 대해서, 월인석보에 기록되어 있는 , 총일백팔장(總一百八張) 을 이해하고자 한다.

수양대군, 즉 세조 때, 54자를 108자로 바꾸려 하였던 의도는 무엇이며, 4살에 요절한 아지(阿只)의 정체에 대해서,정원을 관리하였던 여종 덕중은 수양대군의 눈에 띄어서, 승은을 입어서 후궁이 되었지만, 환관을 사랑한 이유로, 덕종의 연서가 발견되어서, 내인이 되고 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더하고,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하고 있었다. 덕중의 정원, 그 안에 숨겨진 왜곡과 음모, 우리가 모르는 그 시대의 실제적 사건은 어떻게 이어졌고, 그 퍼즐을 맞춰 가는 과정에서, 수양대군에 얽힌 정사와 야사를 서로 섞어 놓고 있어서,흥미롭게 느껴진다.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나오며, 덕중이 쓴 편지 한통,연서가 세조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하였고, 어떤 상황을 낳고 말았는지,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으며, 역사적 근거에 기초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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