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직업 -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이은혜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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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고고학자 폴 펠리오 (1878~1945) 는 100 여 년 전 아시아의 고고 유물 발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인물로, 그의 업적은 지금도 높이 평가받는다. 어느 날 한 소자학자가 『파리에서 둔황까지』 라는 번역 원고를 제안해왔다. 책은 펠리오가 중앙아시아에서 둔황의 문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과 발굴한 자료들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학계와 대중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역자가 재구성과 번역까지 완벽해서 제안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펠리오는 쉽지 않은 학자다. 그는 연구 뿐만 아니라 편지와 서평을 쓸 때고 한결같이 학자의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그의 작업에 접근하려면 역자는 프랑스어, 영어,한문, 고전문학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실크로드 하면 둔황, 둔황하면 혜초, 혜초 하면 페리오'인데도 그의 책에 국내에 한 권도 번역되지 않은 이유다. (-27-)

그것은 '쓸모있는 '것이고 가치를 낳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데서 얻기 힘든 갖가지 이해와 의미를 생성하기도 하며 슬픔은 단지 필요한 대가이거나 심지어 독특하고 심오한 오솔길이 되어준다.

가난한 작가들은 대단하다. 사실 편집자는 여느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이 황량한 창작의 세계로 나아가기보다 출판사라는 우산 아래 들어가 안온함을 먼저 확보한다낟. (-59-)

정반대의 부류도 있다.문학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간혹 문학을 하나도 안 읽었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또한 곤란하다. 문학은 학문의 보편화되고 체계화된 틀에 빠져나간 삶의 결들을 모아내는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쏙 빼놓고 인문학 전반을 다룰 수 있을까. 예전에 어떤 학자는 "나는 소설을 끊었다"라고 말해 듣는 이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108-)

시진핑의 말은 첫째, 고전 시문 인용으로 말의 품격과 깊이를 확보한다. 둘째, 통속어와 유행어, 속담 인용으로 친근하게 다가선다. 셋째, 형상비유로 말의 뜻을 쉽고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시진핑의 화법은 서민적이고 익숙하며 중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다. 현재 중국이 처한 입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드러나거나 감춰진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하면서 그 해결책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142-)

물론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은 이런 책을 책장의 오브제로 간주하며,은퇴 후에 꼭 읽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서점 매대에는 대개 얇은 책들이 놓여 있다.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두꺼운 책들을 '벽돌'이나 '베개' 라며 놀리지 않고, 저자들이 다가가려 했던 깊고 넓은 세계에 합류하려는 이들이 최소한 2000~3000명 쯤 은 있었으면 좋겠다. (-189-)

언제부터 죽음을 가깝게 느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내가 기억하는 한 굉장히 살고 싶다거나 살아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내게 죽음이란 건 함부로 누를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누르게 될, 때로는 누르고 싶은 유혹적인 스위치였습니다. 나는 남들도 다 그렇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공개적으로는 모두가 살라고 말하지만,그들도 힘들 때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요. (-217-)

저자와 독자 사이에 출판사와 편집자가 있다. 독자가 읽고 싶은 책을 선별해 주는 책에 대해서, 작가의 글과 생각을 편집자의 손을 거쳐서 독자의 손에 다다른다. 미출간된 수많은 투고 원고들을 보면서, 그 책들이 출간되지 못하는 이유를 ,출판사가 아닌, 작가가 아닌, 편집장의 시선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지독한 책벌레다. 책 제목에 끌리기도 하고,어떤 책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책들, 안 읽을 것 같은 책을 읽어서, 소개하고 싶은 책을 발굴해내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책들이 늦게 발견되어, 품절, 절판된 경우가 있다. 새 책 정가보다, 중고 책이 더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편집장 이은혜씨는 벽돌책,인문학 책을 주로 쓰는 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으로 다수의 책을 기획한 바 있다.책 『읽는 직업』을 읽으면,일년에 100권 이하로 팔리는 책들이 절판,품절 1순위가 된다. 책 한 권이 탄생되기 까지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인문학책은 소설,문학,에세이에 비해 팔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은혜 씨는 책 『읽는 직업』 을 통해서, 축간된 인문학 책 한 권이 1000권이 팔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출간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일본에 팔리는 책이 한국에 팔리지 않는 이유, 일본이 독서 경쟁력에서,한국보다 앞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벨문학상을 욕심내고 싶다면,일본이 추구하는 출판 문화, 독서열을 배워야 할 때다. 책은 팔려야 쓰여지고, 읽혀진다는 보편적 진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편집장이 좋은 책을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팔리도록 독특한 마케터가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이 독서 편향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1000페이지 이상 되는 벽돌책일수록, 딱딱한 책일수록 팔리지 않는다. 일본 소설, 북유럽 소설이 널리 팔리며,고전으로 몇몇 작가들의 책이 다양한 판본으로 팔리고 있을 뿐이다.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 내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을 하나하나 편집자의 시선에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들과 소통할 때, 품절된 책, 절판된 책들을 복간시켜 달라고 조르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독자로서,그것이 매우 아쉽다.대출이 아닌 소장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이런 경우, 책이 다시 나온다 하더라도, 그 책이 제고로 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작가 ,편집장, 그리고 독자 모두에게 재출간 시, 경제적 딜레마가 된다. 인문학이 강조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여전히 책읽기가 여전히 미온적이며,독서에 대해 편중된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로또에 당첨되어, 100억이 내 손에 있다면, 글항아리 출판사, 고유서가 출판사, 아카넷 출판사, 까치 출판사 책을 몽땅 사고 싶은 소소한 책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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