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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혜 문학관
박선경 지음 / 아무책방 / 2023년 9월
평점 :
나의 , 명혜(1944)
'나의' 글자 앞에 시선이 머물렀다. 어디서인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넘어서 확신이 되었다.명혜, 라고 하면 정명혜일 것이다. 기억이 또렷해졌다. 작가 이름을 다시 보았다. 최우식.최우식은 평안도 출신 시인이자 기자로 식민지 시절 경성에서 활동하다,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1980년대에 사망한 작가였다. 모두가 아는 그 정명혜를 최우식이 자기 사람으로 명명한 태연함에 놀랐다. 교과서나 숱한 매체에서 보아온 독립운동가 정명혜의 흑백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다. 도록에는 정명혜의 흑백 사진이 친절하게 함께 실려 있었다. (-9-)
최우식의 끝없는 일탈에 더해 모욕과 수모를 견뎌내던 희진이었다. 하혈을 거듭하던 희진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수술을 거부하다 아이도 잃고 건강을 많이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아무리 좋은 약으로도, 조선 최고 양의사로도 자리보전을 한 희진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71-)
"저는 수린이만 데려가면 됩니다. 수린이 데려가서는 동화에 다시는 발걸음하지 않겠습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다정히 키우겠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시켜 떠나신 분 뒤를 잇게 뒷바라지 하겠습니다. 제가 키우게 해주시지요. 좋은 선생을 붙여주겠습니다.명문학교 보내겟습니다. 단정하고 귀하게 키우겟습니다. 수린이 아버지가 못 이룬 꿈, 이루게 하겟습니다. 열다섯 아니 열세살까지만이라도 키우게만 해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91-)
희진은 누구나 좋아할 사람이었고, 김씨부인도 첫눈에 희진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평안도 관찰사를 지낸 최정도 대감 며느리 윤희진입니다.'제 부군과 작고한 이댁자제분이 경성제대 동문이지요."
희진은 조선의 마지막 관찰사를 기품 있게 입에 올렸다. 공식적으로 조선인 최우식의 아내로 이름 올린 사람은 윤희진뿐이었다. (-112-)
유림은 대학 생활을 도서관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하게 느껴졌다. 도서관 장서 중 800번으로 분류된 책들은 대부분 유림 손을 거쳐갔다. 한국문학, 중국 문학, 일본문학, 영미문학, 독일문학,프랑스문학 순으로 훑다가 헤세에서 줌파 라히리에서 나쓰메 소세키로 옮겨갔다. (-179-)
최우식 (1917~1987) 일본 이름 고노에 히로시. 펴안도 관찰사 출신 갑부의 아들로 경성제국대학 문과를 졸업했다. 경성일보 기자로 일하다 1942년 일본인 귀족과 결혼 후 데릴사위로 들어가 일본 호적을 얻었다. 일본인 사업가로 변신, 일본과 조선에서 제지 , 비료 사업을 벌였다. 패망 직전 일본 전쟁을 위해 막대한 헌금을 냈다., 해방 무렵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 1980년 한 협동농장에서 가족과 찍은 말년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294-)
소설가 박선경 작가는 『정명혜 문학관』을 통해 , 26회 한겨레 문학상 본심에 오르게 되었으며, 2023년 강원문화재단 예술 첫걸음 사업의 후원으로 발간된 픽션과 역사가 가미된 독특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후손 박무영과 다산 정약용의 후손 정명혜,그리고 친일 최우식이다.이들 중 박무영과 정명헤는 정식으로 혼인관계였지만,정명혜는 27살에 요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우식은 1987년까지 살았고, 친일인명사전(?) 에 수록된다.
소설 『정명혜 문학관』은 친일과 친미, 독립운동가,이 세가지 갈림길에 놓여진 인물들의 삶을 복잡미묘하게 감정의 동선에 따라,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지금 현대인에게 ,친일,친미,독립운동가, 명확하게 구분짓고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있다.하지만 소설 『정명혜 문학관』은 이런한 통념응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만다. 내 이름으로 살수 없었던 그들에게 창씨개명, 미국 이름을 쓸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윤희진은 그곳에서, 패션과 디자인을 배우고, 고국으로 돌아와 최우식과 함께 하였으며, 광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고국 조선을 거쳐, 대한제국을 지나,지금의 대한민국으로 나가기 까지 자원, 돈이 없었던 그 시대에 무언가 하나둘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존재햇다, 정명혜가 시인으로, 독립운동가로 남기까지,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왜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는지 하나 하나 따벼보게 된다. 오롯이 친일로만 살아온 사람도, 독립운동가로 살아온 사람도, 친미로 살아온 사람도 없어다. 단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자신의 삶과 운명을 바꿔 놓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