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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평점 :



당신의 목록을 만들어라. 그것은 당신의 이야기다. 그것으로 뭘 할 건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좋은 의도 또는 성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인 핑계로 그것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가거나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묵살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당신의 것, 당신만의 것이다. 그것은 진짜다. (-29-)
여름 캠프에서는 세살 부터 열살까지의 여자에게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신부" 수업을, 남자애에게는 '실용적인 생활 기술'을 가르치는 "미래의 주인공을 위한 미니 경영"수업을 제공한다. (-38-)
무기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손마디 사이에 열쇠 끼우기
길을 걷다가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조명이 어둡거나 나무가 우거진 곳을 피하기 위해 멀리 돌아가기
성희롱 당한 적이 있는 곳을 피하기 위해 통근이나 등교 경로 바꾸기 (-106-)
밤길을 혼다 걷고 있던 여성을 성추행한 남자가 징역형을 면한 이유는 그가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이었다. "피고가 구금형을 받는다면 직장을 잃을 텐데 그는 가장이기 때문에 가족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피고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주장했다., 피해자가 이미 받은 "심각한 타격"은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참고로 피해자는 길에서 우연히 가해자를 마주칠까 무서워서 집 밖에 나가지도, 출근을 하지도 못한다.남자는 가장이라는 성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단단하지 않았어도 이 변론이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가해자가 여성였어도 똑같은 주장에 법정이 이 정도로 설득되었을까?(-159-)
레일라 시라드 후세인 박사도 같은 말을 한다."여자아이로 태어난 순간, 당신은 강간당할 위험, 차별당할 위험,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할 위험, 남자와 같은 임금을 받지 못할 위험, 당신의 몸은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말을 들을 위험에 처한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라고 우리는 반복해서 서로에게 말해야 한다. 서로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 슬퍼하고 애도하고 화내고, 이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우리 미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우리가 겪은 괴로움과 억압이 아니러 그런 일이 없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240-)
나는 그들의 죽음을 알리고 추모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새로운 장을 썼다. 이 잔악무도한 일들은 기록되고 있다. 우리는 성 편향적 폭력 및 불공평의 심각성과 일상화에 너무 무감각해진 나머지 그것을 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조사를 몇 달에서 몇 년씩 질질 끌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때,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권력자들이 믿게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들과 그 지지부진함을 증언하고, 밝히고, 하으이해야 한다,우리가 알아차리지 않는다면 구조적 여성혐오가 계속 번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270-)
로라 베이츠의 『목록』 에는 구조적 여성 혐오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영국 사회나 한국 사회나 공통점은 여성 혐오,여성 억압이 짙게 나타나고 있었으며,여성을 순종적인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젠더 이슈, 젠더 감수성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여성의 역할과 목록, 남성의 역할과 목록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여성 유투버가 압구정에서, 보여준 예술행위(?) 가 이슈가 되었고,그 이슈꺼리가 남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똑같은 예술행위가 여성에게는 적용되지만,남서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여성에게 성에 대한 관념과 편견, 성편향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책 『목록』 을 통해서, 로라 베이츠는 남이 만든 목록이 아닌,나만의 목록을 쓰라고 말하고 있다. 수치심, 혐오, 부끄러움에 관한 목록이 아닌 자신감, 당당함,행복, 평등,자유에 관한 목록을 써야 할 때이다. 억압과 차별, 혐오에 대해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성에 대한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생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여기서 우리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여성은 매순간 수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길을 걸어가다가 넘어지면, 아픈 줄도 모르고, 그 자리를 곧바로 뜨게 된다. 운전을 하다가 , 상대 차량과 부딛쳤을 때, 여성운전자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고개를 푹 숙이게 되는 이유도,여성의 내면속 열등감과 수치심에 있었다. 사회적 차별이나 혐오의 원인은 인간이 제공하지만 그것이 시행되는 것은 구조적 문제이며,시스템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여성의 인권 보호 뿐만 아니라,남성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이해, 길을 걸어가다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당당해져야 하며, 스스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여성에게 필요한 것, 자기만의 목록,나를 지킬 수 있는 목록을 만들어 나갈 때,남녀가 서로 평등한 사회,자유로운 사회로 거듭날 수 있으며,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