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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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은 전날 통화중에 "이대로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오래전 억울하게 죽었다는 건 무슨 소린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대체 왜 엄마와 나를 떠난 건지....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했든 억울한 누명으 썼든, 나는 그 내막을 알고 싶었다. (-13-)

"절대로 아닙니다.육군 소위 한서진입니다."

살아야 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빠갱이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려야 한다.나는 빨갱이가 될 수 없는 인자가 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64-)

헌병의 채근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는 처음으로 나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찌든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술 냄새도 났다. 맨정신으론 올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작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헌병 들으라는 소리 같았다.

"느이 아부지는 죽었다. 깨나도 발갱이가 아이다. 고래 우리 집안 내력에, 우리 핏줄에 빨갱이는 읎어!"

돌아서서 천천히 걷는 아버지의 등은 잔뜩 굽어 있었다. 아버지느 뒤돌아보지 않았다.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솟구쳤다. (-172-)

구속된지 1년 3개월 여만인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의 영구 집권을 위한 유신 헌법이 선포되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형무소 안까지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박정희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접선거로 압도적 찬성을 얻어내며 임기 6년의 제8대 대통령이 되었고, 12월 27일에는 취임식을 거행했다. 대통령 취임이나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특사나 감형이 있으니,죄수들은 누구나 특사를 기대했다. (-255-)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내 인생에 그 정도 감형은 의미가 없다. 내가 버틸수록 지향이와 이진구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내가 6개월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부터 그들은 날마다 긴장하며 살 것이다. 자인이를 졸종 따라다니며 근심할 테고 새로 얻은 아들도 걱정될 것이다. (-303-)





















충남 논산에 김홍신 문학관이 있다. 최근 소설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북토크가 있었다. 1947년생,어느덧 팔순을 코앞에 둔 소설가 김홍신은 1976년 현대문학 '본전댁' 등단 하였고, 500만 여권이 팔린 시대적 베스트셀러 인간시장, 그리고 인간시장의 주인공 장총찬은 50대 이후 중년 남성에게 각인되어 있다. 소설가 김홍신의 문학세게에 이야기달인이라는 호칭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문단 데뷔 47년차, 138권째 저서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에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빨갱이,좌빨의 원혼과 원마의 발자국을르 따라가 보고 있다.

소설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는 육군소위 한서진이 걸어온 인생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또다른 주인공이자 한서진의 딸 자인은 어느날 , 자신의 생부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을 외삼촌에게 듣게 된다. 평생 나의 아버지는 단 한명으로 생각했던 자인은 아이의 엄마가 되어, 어엿한 가저을 꾸리고 있었기에,나와 성이 사른 한서진의 마지막 숨을 보면서, 가치관의 혼란이 찾아오고 말았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비밀을 일찌기 알고 있었던 외삼촌, 그 외삼촌이 전해준 이야기로 인해 하루 아침에 새로운 가치관,인생관을 마주하게 되는 자인은 외삼촌을 통해서, 아버지의 과거를 듣게 되었으며,육군소위 한서진이 아닌 소설 『적인종』 을 쓰고자 하였던 한서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소설 제목 '적인종' , 21세기에는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 빨갱이가 있다. 하지만 육군소위 한서진이 살았던 1970년대에는 빨갱이는 영원이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낙인이나 다름이 없다. 사회생활이 끊어지고, 고문을 받았고, 국가보안법에 회부되어서,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친일파 척결을 위치지만, 1960년대~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는 빨갱이는 죽음과 동일시 하였다. 자인 앞에 다다른 아버지의 소설은 한 사람의 인생이며,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이 파괴되고, 세상에 대해 원망 가득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엇던 그 때의 삶에 대해서,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를 통해서 회고할 수 있다. 작가 김홍신은 대한민국 사회에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을 위한 용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관계 속에 용서가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존 또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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