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전날 통화중에 "이대로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오래전 억울하게 죽었다는 건 무슨 소린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대체 왜 엄마와 나를 떠난 건지....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했든 억울한 누명으 썼든, 나는 그 내막을 알고 싶었다. (-13-)
"절대로 아닙니다.육군 소위 한서진입니다."
살아야 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빠갱이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려야 한다.나는 빨갱이가 될 수 없는 인자가 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할 것이다. (-64-)
헌병의 채근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는 처음으로 나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찌든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술 냄새도 났다. 맨정신으론 올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작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헌병 들으라는 소리 같았다.
"느이 아부지는 죽었다. 깨나도 발갱이가 아이다. 고래 우리 집안 내력에, 우리 핏줄에 빨갱이는 읎어!"
돌아서서 천천히 걷는 아버지의 등은 잔뜩 굽어 있었다. 아버지느 뒤돌아보지 않았다. 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솟구쳤다. (-172-)
구속된지 1년 3개월 여만인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의 영구 집권을 위한 유신 헌법이 선포되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형무소 안까지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박정희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접선거로 압도적 찬성을 얻어내며 임기 6년의 제8대 대통령이 되었고, 12월 27일에는 취임식을 거행했다. 대통령 취임이나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특사나 감형이 있으니,죄수들은 누구나 특사를 기대했다. (-255-)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내 인생에 그 정도 감형은 의미가 없다. 내가 버틸수록 지향이와 이진구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내가 6개월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부터 그들은 날마다 긴장하며 살 것이다. 자인이를 졸종 따라다니며 근심할 테고 새로 얻은 아들도 걱정될 것이다. (-303-)






충남 논산에 김홍신 문학관이 있다. 최근 소설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북토크가 있었다. 1947년생,어느덧 팔순을 코앞에 둔 소설가 김홍신은 1976년 현대문학 '본전댁' 등단 하였고, 500만 여권이 팔린 시대적 베스트셀러 인간시장, 그리고 인간시장의 주인공 장총찬은 50대 이후 중년 남성에게 각인되어 있다. 소설가 김홍신의 문학세게에 이야기달인이라는 호칭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문단 데뷔 47년차, 138권째 저서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에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빨갱이,좌빨의 원혼과 원마의 발자국을르 따라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