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흔일곱,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습니다.갑자기 무너진 생활은 다른 이들의 위로마저 조롱으로 들리게 만듭니다. 사람 마나기가 싫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들어온 숲. 가장 낮아지고 약해졌을 때, 비로소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잘려도 또 자라는 억척스러운 나무들을 만났습니다.

'살아야 한다.'

넘어지고 깨지며 왼손만으로 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3년이 지나자 몸도 마음도 완전케 되었습니다. 절망하고 낙심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습니다. 아름다운 숲을 지킬 수 있도록 가난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5-)

해설가의 일이 그렇다. 매일 모르는 사람들을 새롭게 대해야 한다.그렇다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 시간 동안 긴 대화를 나누듯 눈빛을 주고 받으며 마주 본다. 매일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16-)

알록달록 화려한 꽃밭을 기대한 분들은 정작 초록빛만 가득한 곶자왈에 오면 실망을 한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가려 키 작은 풀들은 잘 자랄 수 가 없고, 그렇게 눈에 띄는 꽃들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럽게 꽃을 바라고 온 분들은 한소리를 내뱉는 것이다.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정도를 봐야 사람들은 꽃놀이했다고 느낀다. 우리 눈에는 밋밋한 이 숲들이 새들이 보기에는 꽃밭 천지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42-)

나는 성격 유형으로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형이다. 감성적이기도 작은 것이 소중한 사람이다. 그래서 해설 또한 숲에서 살아가는 생명과 우리의 삶을 덧붙여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노력한다.반면남편은'논리적인 사색가'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분석적이고, 영리하며 수발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나와는 달리 무척 꼼꼼하고 철저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67-)

속상하지 않을리 가 없아.분명 놀랐고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다른 아이가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그 마음고 하께 들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안도하고 있는 내 모습에 또 한번 속상했겠지. (-86-)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자연과 치유의 힘이 존재한다. 숲에는 기적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이다. 도시의 인공적인 삶에 길들여져 있다 보면,우리는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온다. 삶에 있어서,가장 중요한 것, 삶에 대한 이해와 감동이다. 숲 해설가.믄화재 해설가, 우리 주변에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도,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잇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책 『숲스러운 사이』은 그러한 이들에게 숲 해설가가 무엇이며,그들의 삶의 방정식에 대해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우연과 필연으로 나뉠 수 있다. 어쩌다가 숲해설사가 되었는지 책의 첫 머리에 나오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는 말에 숲이 보답하고 있었다. 잘리고 또 잘려도 생며은 태어나고, 견뎌 나간다. 햇빛을 거의 받지 못하느 가운데서도 숲에는 생명이 숨쉬고 있었다. 필연적인 운명이었지만,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제주도 곶자왈, 새로운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나면서 숲해설가로서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그리고 그 삶에 대한 뿌듯함이 존재한다. 저자도 숲해설가이며, 남편도 숲해설가이다. 다른 점은 숲해설가가 숲을 바라보는 시선과 따스함, 관점이다. 생며으로 바라보는 숲은 그렇게 행복과 위로,감동과 치유,교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평범한 것 속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숲에서는 작은 것 하나, 소소한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삶의 기적이란 오늘을 살아내며,내일을 살아내는 것이다.그 삶이 나를 새롭게 하고, 나에게 이로운 삶을 만들어 나간다.그리고 그 삶이 내 삶에 행복과 감동, 숲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숲에 대한 해설로 엮어 나갈 수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