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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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러길, 내 손등에선 흙 내음이 베인 토마토의 겉껍질 같은 향이 난다고 했다. 그게 무슨 향인지?맡아 본 적이 없으니 와닿지도 쉽게 이해하지도 못했다. 단순히 피부가 햇볕에 탄 냄새가 아닌가 싶어서 이내 부끄러워지기도 했지만,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나에게는 옛정이 떠오르는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정답게 지내던 한때의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이상한 게 아니라 그리운 향을 지니고 있다고. (-6-)

귀하게 여겨 줘서 고마워. 상처보다 너랑 인사하는 횟수가 많으면 좋겠다. 언제 또 만나서 같이 밥 먹자. 오늘도 고생했어."

귀하게 여기는 것,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생각하고 대해 본적이 없다고 여겼는데, 너는 내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구나.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그런 예쁜 온기를 지닌 사람일수 있을까? 검은 하늘 정 가운데에 빛나는 작은 별을 바라보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나 생각했다. (-56-)

어릴 때나 지금이나 겨울을 한결같이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넘어 편애하는 계절이라고 부를 정도로 겨울을 아낀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만큼 시간도, 감정도 그랬으면 좋겠다. 편애하고 아끼는 모든 순간이 전부 느릿하게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167-)

말씨는 그 사람의 인생이고 습관이다. 그래서 예쁜 말들이 오갈 수 있는 관계가 좋다. 잔잔한 위로와 온기를 더해 줄 수 있는 말씨의 안화함으로 우리는 서로의 정원에 양분을 주게 되고,계절에 상관없이 마음에 꽃을 피우게 된다. 느리더라도 마음속으로 천천히 곱씹어 가면서 존중과 배려가 수반된 좋은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표현이 투박스럽고 서툴게 보이더라도 괜찮다.모양이 어떻든, 진심이 담긴 말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달게 느껴진다. 그렇게 사람에게도 꽃내음이 가득할 수 있다. (-189-)

남은 시간엔 뭘할까?볼만한 영화가 상영 주이라면 영화를 보러 가던지 아니면 읽을 만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가야겠다. 카카오톡엔 내 생일 알람을 꺼놨다. 그래서 생일날에 연락이 오는 이들이 많지 않다면, 그런데도 휴대폰액정에 새일 축하한다는 짤막한 메시지가 몇 개 띄워지곤 했다. 개중에선 전화를 주던 이들도 있었고. (-220-)

이해한다는 거, 어쩌면 굉장히 조심스러운 말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의 생각을 읽을수 없다. 타인을 알아 가는 과정은 새벽녘의 안개비와도 같다. 굉장히 촘촘하고 느리고 깊게 젖어 들어야 하는 것이다. 개입하는게 아닌, 내가 그 안에 머무르는 것, 그것은 당신으로 스며드는 일이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그 사람의 하나를 보면 그 하나만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해의 첫걸음 아닐까.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면 함부로 추측하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관계란, 관찰을 계속해 나간다는 뜻일테니. (-284-)

소중한 글과 애특한 말을 담아본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해보다 오해가 많은 사회 속에서,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 채 단정하고, 하나를 보고,전부인것처럼 생각하고,결정하고,선택한다. 그 착각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만든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우리에게 큰 아픔이 되었고,그 아픔의 씨앗들이 모여서,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고,비판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책 『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은 이정영 작가의 에세이집이다.인스타그램에 올라갈만한 사진들이 책갈피처럼 하나하나 채워져 있었다. 그 사진들은 순간순간 포착한 저자의 사색의 결과물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일상에 대해서,새롭게 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고 있었다. 작가의 경험과 좋아하느 것들을 ,내 삶에 투영하고자 하였다. 이 책을 보면,나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내 삶에 어떠한 결과물이 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성찰해 보게 한다. 미안함과 고마움,남들이 나를 평가한다는 것,봄에 태어나 겨울을 좋아하는 작가 이정영은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하였다. 이 책을 읽어 본다면, 내 마음 속의 그리움을 이해하고, 나의 삶에 있어서,미안함과 고마움을 수면 위로 들출하고 있었다.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온전할 수 없지만, 누군가를 추억하고,그리워하며,기억하면서 살아갈 순 있다. 사람과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소소한 습관이 에세이집에 담아내고 있었다. 저자의 삶 속에서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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