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혁명 2 - 천당과 지옥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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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에 죽여주시오."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본격적인 형문이 시작되자,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모래며 무엇이 먼지와 티끌인지 밝혀졌다. 세 친구의 이름은 사학죄인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그들은 나란히 배교했고, 봄꽃이 지기 전 한날한시에 풀려났다.

세 친구는 죽기로 작정하고 덤벼들었는데도 살았다. 그들의 몸이 하늘 문을 두드리려 할 때마다 형조와 의금부와 좌포도청과 우포도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배교자를 만든 포도군관 금창배가 비웃었다. (-9-)

해가 바뀌었다.

정해년, 1827년 첫 가마를 열기 이틀전인 2월 6일, 이오득과 강성대가 함께 주막으로 와선 주인 부부를 찾았다. 관아에서 천덕산을 보며 고갤르 넘을 때, 오르막이 끝나는 고갯마루의 왼편엔 주막이 있고 오른편엔 성황당이 있었다. 좌우에 천마산과 동악산을 두고 ,앞뒤엔 천덕사과 관아르 두루 살필 수 있었다. (-39-)

금창배에게 지목을 받다 새롭게 옥에 갇힌 스물세 명은 다음과 같다. 당고개에서 여덟 명이 끌라왔다. 전원오와 그의 아내 장서댁 강귀남,강성대,,장엇태, 최돌돌, 고해중,괴산댁 조신숙, 한천겸, 미륵골에서는 열다섯 명이었다. 박돔주, 명덕배, 송숙자, 임중호,이진심, 구하영, 복태우와 그의 아내 구례댁 남혜정, 한태몽, 최연지,공나나, 두은심, 가명례,박두영, 강소이, (-136-)

이 문제로 너무 고민이 되어 사십일 동안 금식하며 지리산 어느 동굴에 머문 적도 있습니다. 사십 일 기도가 끝나는 날 꿈을 꾸었는데,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이 놀랍게도 저와 쌍둥이처럼 닮았더군요. 어찌해야 하느냐고 이 루가 스승님께 여쭈었더니, 꿈에 본 그대로 그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날부터 지금까지 제 꿈에 나타나신 예수님 얼굴을 그렸습니다. (-261-)

좌포도청 군관 관우는 물러나 기다렸다. 금단과는 구면이었다. 오 년 전 ,탁덕을 데려오는 일에 돈을 보탠 제주도 천주인들을 색출하기 위해 바다를 건넜을 때, 풍랑을 만나 갑판에서 쓰러져 어깨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다. 조천에서 마주 앉은 금단은 관우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훑은 후 대친 한 방으로 끝냈다.

금창배는 3월 17일 날도 밝지 않은 이른 새벽, 지당으로 들어선 금단에게 곤도 장도 치지 않았다. (-359-)

처음 열흘은 관우와 장비가 강송이를 맡았다.

하루에 딱 한 번 식은 죽 한그릇을 먹였다.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이었다. 강송이는 그마저도 입을 굳게 닫곤 버텼다. 이대로 얻어맞다가 세상을 등지겠다고 각오한 듯했다. 자정 을 넘겨 지당으로 죽을 들고 내려가는 일은 네 명의 옥리가 번갈아 맡았다. (-469-)

소설 『사랑과 혁명 2』에는 세 명의 종교적 친구가 등장한다. 공원방 베드루, 남도석 야고버, 윤영택 요안 , 이 세사람이다.예수를 믿으면 예수쟁이, 천주교를 믿으면 천주쟁이라 불린다. 1797년 최초로 천주교 박해가 일어났고,그 박해를 신유박해라 부른다. 유교와 성리학에 기초한 조선의 사회상은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상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조선의 문화와 삶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성황당과 영혼도 장녀 속에 긷들어 잇다고 믿었다. 왕은 종묘사직을 지켜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선의 한양에 종묘제례가 시행된다. 양반과 엘리트가 처음 배우기 시작한 천주실의가 어느 덧 조선의 기틀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1797년 신유박해는 그렇게 시작하였고, 29년 뒤, 1827년 정해 박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은 당고개 너머의 덕실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옹기촌에서,그릇을 만들고, 옹기장인과 옹기대장 이오득, 옹기꾼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곡성현감 조봉두는 이러한 상황이 탐탁치 않았다. 천주교인 세사람, 그들은 친구였고, 세사람은 한날 한시에 포도청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공원방 베드루 배교를 선언하였고, 나머지 두 사람 남도석과 윤영택 요안은 이름을 바꿔서 잠적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다는 예수그리스도의 삶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 때 당시의 삶에 비추어 보게끔, 김탁환 특유의 상상과 역사적 근거 자료에 기초하여 쓰여지고 있었다. 그들은 배교하였고, 간자가 되었다. 어쩌면 그 때 당시 천주교는 지금 우리가 비판하고,비난하는 이단 종교에 불과했을 것이다. 서학죄인으로 몰려서, 가족이 모두 몰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날한시에 순교하겠다는 세 친구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공원방의 배교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바뀌고 잇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그들이 어떻게 천당과 지옥을 이해했는지이다.그들에게 예수가 보여준 기적을 이해하긴 어려웠다. 천주실의를 공부하면서, 성리학에 배치되는 것을 사학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이해한다는 것은 현실이 될 수 없다. 단 예수그리스도가 말하였던 기적의 성수가 천주교의 합복적성을 깨닫게 해주었고,예수그리스도의 순교를 적극 받아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배교와 간자들로 인해 천주교인들은 한 명 한명 죽음을 맞이하게 돠는데, 십대 어린 소녀 강소이 마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고 말았다.

한문으로 동양고전을 익히고,유교에 따르는 삶을 살았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이 삶에서, 천주교는 그들의 삶을 위태롭게 했을 것이다. 조선은 스스로 서양과의 교역을 문닫았고, 청나라를 통해 받아들였던 천주교조차가 멀리하게 된다. 조용하고,은둔의 나라 조선은 그렇게 자신의 삶과 운명을 시간의 굴레 속에 가두어 놓게 된다.이 소설엑서 주목할 것은 여기에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종교가 도입되어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르 흔들정도라면, 권력과 사회적인 힘을 이용하여, 그것을 처단할 것이다. 천주교가 조선 후기에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건 신유박해와 정해 박해에도 불구하고,조선의 뿌리깊은 신분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조선의 멸망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었다고 보면 된다.그러한 사회적 현실을 잔라도,곡성 옹기촌,교우촌에서, 옹기대장 이오득을 중심으로 덕실마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이었으여,이 소설에서 좌포도청군관, 우포도청 군관으로 관우와 장비가 등장한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서학죄인은 자신의 몸을 던져 죽어갔지만, 사학은 조선 땅에 뿌리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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