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지우는 말들 - 나를 나로 살 수 없게 하는 은밀하고 촘촘한 차별
연수 지음 / 이르비치 / 2023년 9월
평점 :
"혼자 사느 험한 60대 할아베 아이 낳고 살림할 희생 종하실 13세~20세 사이 여성 분 구합니다. 이 차량으로 오셔요."
2022년 봄, 대구의 한 학교 앞에 이런 현수막을 단 트럭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봐 교사들이 경찰에 신고했는데 , 경찰은 이 트럭의 주인인 60대 남성을 현장에서 입건하지 않고 훈방 조치를 한 모양이었다. (-17-)
학교, 특히 '여학교'에서 외부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과 범죄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방치했을 대 끔직한 사건으로 번질 수 있는 '은밀한' 일들이라는 것. 비접촉 범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또한 유사한 일들이 반복된다는 것은 이와 연관된 사회적 맥락이 있으며, 과거부터 시행했던 예방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21-)
나는 1994년에 태어났다. 육십갑자로 따지면 갑술년이고 푸른 개의 해다. 개띠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숨기는 것이 없고 활달하다. 정이 많고 책임감 있으며 용감하다. 딱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개의 특징인 것 같다. (-37-)
정말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을 더 태어나게 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이 사회가 살 만하다고 느끼는지,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의 삶은 어떠한지, 혈연으로 연결된 양육자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국가가 제공하는 법적 보호의 테두리를 넓히고 다양성을 인정해 모든 개인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 (-45-)
한국 사회가 바뀌려면 먼저 느껴야 한다.그리고 연대해야 하고,자각해야 한다.그리고 마지막 한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존재해야 한다. 법이 바뀌면서 과거에 흘러왔던 다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키워서는 안된다. 법으로 만들어져야 사회적 약자가 보호될 수 있다. 책 에서, 1994년생인 저자가 성평등에 대해서, 독설을 날리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젠더 이슈가 미투 운동으로 인해 큰 변화를 가져왔다.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꿔 놓았다.여학생이라면, 여성이라면, 남성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하나, 자기검열이라는 단어가 항상 등장한다. 성범죄에 대해서, 가해자가 남성임에도 여성에게 동등한 책임을 묻는 이유도 그렇다.자기검열에 실패한 여성,몸관리를 못한 여성으로 낙인 찍어 버리기 때문이다. 남성에겐 쓰지 않는 혐오 단어,꽃뱀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그렇다.
책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대구의 모 여하교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대한민국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을까할 정도로, 성에 대한 무지, 법에 대한 무지가 존재한다. 법이 싱가포르에 비해 관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여성에게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설령 여성에게 인생을 망칠 수 있는 피해가 생겨도, 남성에 대해 관대한 법적용을 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 연수가 비영리단체 WNC 의 대표이면서,성평등 활동가를 자처하는 이유가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다.나 먼저 달라 져야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지면, 내 삶이 나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