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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김상래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9월
평점 :
장애를 가진 부모님 사이에 비장애인으로 나고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장애를 드러내고 싶기는 했지만 장애를 가진 부모와 차별로 가득 찬 사회에 대해 느꼈던 복잡한 감정 때문에 나르 말하는 것에 혼란을 느끼고는 했다.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억울해하는 이 다양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 (-8-)
아빠는 한쪽 다리가 없는 사람이다. 열한 살 무렵에 겪은 사고 때문에 왼쪽 사타구니 아래로 한 뼘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라내야만 했다. 양발에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안정적인 방법이었지만 아빠는 외출을 할 때마다 의족을 낀 채로 지팡이 하나만 짚고 다녔다. 질끈 묶어 올리던 왼쪽 바짓단 아래로 구두 신은 발까지 다리가 쭉 뻗어 보이게 만드는 의족을 사용하려면 보기보다도 품이 많이 들었다. (-73-)
그런 말을 흘려듣게 된 것은 내가 나르 청춘이라 믿지 않았던 시저부터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언어는 공허했고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몸에 해로운 약처럼 느껴졌다. 자기계발, 자기 경영 이런 말만 들어도 신물이 나왔다. 내 삶은 창대하게 끝나지 않아도 되니 이 가난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진행되길 원했다. (-150-)
성인이 된 세 아이들이 각각 생모와 재회를 하긴 했지만 우리 부부까지 함께 만나는 자리는 처음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다. 더욱이 세 명의 생몰르 한 자리에 초대하는 자리이다 보니 그들 중 누구라도 원치 않으면 불가능한 자리였는데, 그들은 감사하게도 우리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인생은 가끔 생의 다음 장을 간절히 열기 원하는 이에게 생각지 못한 용기를 건네는 것 같다. (-223-)
시간은 직선으로 흐른다. 1초라도 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다. 나의 선택과 나의 결정과 순간 스처지나가는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억울하고, 후회하고, 절망의 순간을 느낄 때이다. 잔인하게도, 공평하게도 시간은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후진을 허용하지 않으며,오로지 과거, 현재,미래로 가는 시간의 여행길을 찾아갈 뿐이다.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이 책의 제목은 위로와 치유를 선물해 주는 책이었다. 열마전 황망하게 어머니를 잃은 지인이 생각났다. 시간을 되돌라고 싶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열두 작가가 각자 자신의 잉생이야기 , 시간의 편린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 책에서, 평범한 일상, 평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꼽씹고 꼽씹게 된다. 우리 사회는 평점한 삶에 집착하고,갈망한다. 차별과 혐오는 그 평범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화살 촉처럼 날아가 그 사람의 마음에 비수르 꽂는다. 한국에서 자살률이 많은 이유는 그러한 평범함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장애롸 비장애, 부모가 장애인이고, 자녀가 비장애인이람 , 불행이라는 단어가 순간 떠오른다. 부모의 가장 폭력이 장애인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 우리 사회가 문제인지,그 개인이 문제인지 돌아보게 된다. 살아가면서,함께 나눔과 존중,배려를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점히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을 대, 누군가 슬퍼하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어안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울컥 쿨컥하게 되는 장면들이,인생이 담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