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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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화내는 건 당연했지만 그 환자느 유독 심했다. 바쁘게 다음 환자를 향해 나가는 나를 보고 딘트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저 환자 한테 저도 욕 많이 먹었어요. 그러니 앞으로 신경 써 주세요."

나의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서야 그 말이 기억났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정신이 없었다. 밀린 콜만 10개였고 이마저도 빨리하지 않으면 점심도 못 먹을 게 뻔했다. (-12-)

인턴의 삶은 똥-오줌-피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새 오는 소변줄 전화에 잠도 못 자고 소변줄을 연결하는가 하면 변비로 똥을 못 싸는 할아버지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똥을 꺼내다가 가끔 배에 힘줘 버리는 할아버지의 똥 미사일을 맞을 때면 '내가 똥이나 맞으려고 의사가 됐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3-)

환자에게 멱살이 잡혔다며 욕을 하며 들어오는 한 동에게 몰래 숨겨놨던 냉장고 속 맥주를 꺼내 주었다. 나머지 인턴들도 동생의 말에 귀르 기울이며 같이 욕 한바가지를 해준다. (-35-)

갑자기 발생한 응급환자 때문에 나는 바로 진료실로 내려왔다. 전화통화로도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먼저 대학병원에 헬기를 요청했다. 해경의 등에 업혀 온 70대 남성은 의식이 불안정했다. 연신 가슴이 아픈지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차트를 뒤져보니 급성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87-)

부생빈사. 잘난 사람은 잘 살고 못난 사람은 죽는다. 이 말이 섬에서도 적용된다. 섬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나가고 독거노인 기초수급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죽는다.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는데 채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사회가 좀 더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나로선 적잖이 충격이었다. (-159-)

육지에서 온 사람들은 약 처방= 치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잘나가는 육지 병원들은 그럴지 모른다. 좋은 검사장비를 놓고 진단하여 좋은 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섬의 조그마한 진료실이다.대중요법으로 시간만 벌었을 분이다. 치료가 아니라 하여도 그들은 마치 치료가 된 듯 좋아함 섬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215-)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 것처럼, 섬에 가면 섬의 법을 따르라고 한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섬에서는 육지의 삶과 다른 치안과 의료혜택이 존재하고 있었다. 섬과 육지가 다리로 이어진 경우도 있지만,대다수의 섬은 그렇지 못하다,. 그 섬에 섬의 보건소 공보의로서 일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섬 의사의 사계절』 에서 읽혀지고 있었다.

저자는 일년 남짓 공중보건의로서 외딴섬에서 살았다.그곳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보배드림에 올리게 되었고,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섬마을의 순박한 정서와 다르게 그들의 무지막지한 행동을 경험하게 된다. 낫을 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런 행위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10시간 이상 일으하면서도 욕은 다반사였고. ,행정과 인턴의사로서,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섬에는 섬 특유의 룰이 존재한다. 해경의 배를 빌려서 육지로 치료를 하러 갈 수 있지만, 그것은 정말 고통스러워야 한다. 가난하거나 돈이 없는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사망할 수 있고,기득권,권력을 가진 이들은 뒷배를 써서 섬에서, 육지로 치료를 받으러 나갈 수 있다. 한번 배를 빌리는데 40만원을 줘야 함에도, 급한 사람이 숭늉 찾는다고,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에,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섬 사람에게 비아그라는 선물이면서,관행이기도 하다. 저자가 섬 사람에게 협조를 얻으려 할 때,비아그라가 특효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책에는 의사로서의 일상 뿐만 아니라 달달한 연애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섬에서 근무하다 보면,여자친구와 함께 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2교대 로 진행되는 보건소 진료는 항상 바쁘고,분주하다. 여기에 섬 사람들은 억하심정,자격지심으로 화풀이를 의사선생님에게 하고 있었다. 즉 원리원칙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섬의사의 현실이며,그가 1년 동안 고생했던 일들, 보람있었던 일들이 책 한 권에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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