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칸집 -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
차민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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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 다섯에 결혼했다. 그때까지 나의 주된 감정은 불안이었다. 그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바쁜 일과가 끝나고 나면 그래 이 정도면 열심히 살았지 다독이며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업무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며 앉았는데 '내가 원하는느 삶이 맞아?너 괜찮은 거 맞아?'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34-)

조명은 정서를 결정하는 무늬 같은 것이다.백열등 아래에서 어떤 이는 사랑을 고백하고, 어떤 이는 용서하기고 하며,다정한 인사가 오가고, 차분히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며 자기 삶을 관조하고 수긍하는 미덕을 갖는다. (-83-)

거실과 침실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쪽으로 몸을 틀고 있어서 들어오는 빛이 꺽이지 않고 언 개울이 골을 따라 아래로 흐르듯 안으로 흘러든다. 하루 중 태양이 오르고 지는 흐름에 따라 거실로 흐르는 빛의 길이와 세기가 다라진다. 나는 빛이 담아낸 햇살의 농도를 거실 한 편에 앉아 멍하니 지켜보는 시간을 사랑한다. (-126-)

일요일마다 아이들과 하는 작은 의식이 몇가지 있다. 가장 오래 침대에 머물러 있는 나에게 둘째는 커피를 만들고 첫째는 계란후라이와 냉장고에 있는 채소와 과일을 플레이팅해서 침대로 가져다준다. 커피의 농도가 진하기도 연하기도 하고 계란 후라이가 너무 짜기도 하고 바싹 구워 과자 같기도 하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149-)

장소가 주는 위안이 있다.내가 만드는 공간,내가 채워 나가는 그 공간에서,우리는 새로운 것을 얻고,새로운 길을 살아간다. 위로와 치유를 공간에서,장소에서 얻을 수 있고,나의 생각과 사유와 자아가 녹여 있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지낼 때가 있다. . 공간에서 삶의 무늬를 만들고 있다.

책 『아홉칸집』 은 건축가가 쓰는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이해다. 작가 차민주는 요가강사로 일했고, 지금은 건축 시공을 하는 <스튜가 하우스 >의 공동 대표다. 몸과 마음의 균형잡기가 그녀가 생각하는 삶의 엉서 무늬이며,자신이 머무는 공간은 오롯이 나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짐승이 자신의 몸에 있는 흔적들을 내뿜어서,영역을 지키려 하는 것처럼 인간은 도구와 생각으로 공간을 채우고,그 공간이 안락함을 유지함으로서,위로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책 『아홉칸집』은 작자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읽는다.다양한 사유를 그림으로 그려내고, 집으로 완성하고자 한다.오롯이 나의 이기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그 공간이 가족과함께 하는 우리의 공간이기도 하다. 내 삶이 건강하려면,나의 주관의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건축도 마찬가지다. 철골 구조의 뼈대가 튼튼하게 시공되어야 그 집은 무너지지 않고,외부의 변수에도 흔들림이 없다. 우리는 사람과 삶이 담긴 공간이 주는 이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란 나의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삶의 행복과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습게 여겨질 수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마주하는 수많은 발자국, 작가 차민주께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공간 창출이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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