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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1913년 러시아 제국 변방의 밤
불빛도 ,인기척도 없는 겨울 광장.6년 전 ,거액을 털린 은행은 눈보라 속에서 건재했다.
검고 추운 밤,은행 지붕 위에 누군가 서 있다.
무표정한 사내다. 그는 사제 폭탄 대신 자루 가방을 들고 있다.
사내는 자신이 6년 전 벌였던 참혹한 현자을 무덤덤하게 내려다 보았다. (-13-)
"진짜 악마는 따로 있다. 그 악마가 베소와 나를 완전히 망가뜨렸어."
노파는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보드카를 반 잔이나 마셨다. 아들은 난생처음 보는 어머니의 음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평생 숨겨 왔던 비밀을 막 풀려는 참이었다. (-19-)
"그래. 후작은 우리에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호로드나야의 아이들이 낳을 자식들에게 어떤 형질을 장착하려고 했어."
"추위를 견디는?"
"리센코 후작과 바빌로프 연구원은 그걸 '한랭내성'이라고 불렀다."(-47-)
리자의 가장 엽기적인 행각은 케케가 초경으로 쓰러졌던 날 일어났다. 케케가 쓰러지고 동시에 만삭의 나타샤 시신이 저수지 중간에서 떠올라 모두가 공황에 빠진 순간에, 리자는 케케가 피를 흘렸던 곳으로 와서는 둥둥 떠 있던 붉은 핏덩이를 양손으로 떠서 마셨다. 피와 죽음 그리고 마녀. 이 셋이 뭉쳐 있는 장면에 모두의 모든 털이 곤두섰다. (-117-)
"네가 낳은 미하일이야.방금 얼어 죽었어."
케케가 충격을 받기도 전에 후작이 비극을 마무리 지었다. 케케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첫 아이의 첫 모습에 죽음을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은 화상처럼 평생을 일그러뜨리고, 동상처럼 어디가를 도려낼 것이다. 케케는 이를 악무는 힘으로 눈을 감았다.
"너희가 불량품을 낳았어.이건 내 이론에 위배되는 결과물이라고." (-189-)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유투브 『최재천의 아마존』을 즐겨 듣는다.그 방송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 다윈의 진화론과 라마르크(Lamarck)의 ‘용불용설’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다.이 세가지 이론은 생명의 진화론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고, 스탈린의 독재, 우생학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게기였다.히틀러의 제노사이드, 일본의 마루타 실험이 시자고딘 시점과 일치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의 최근 유투브 동영상에는 과학적으로 진화론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사회적으로 진화론을,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어떻게 썼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임야비 작가의 소설 『악의 유전학』이 잔인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인간의 본성이 한순간에 파괴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이근안이 고문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다윈과 라마르크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정치적으로 과학이 이용되었고, 스탈린은 획득형질 유전실험을 시베리아에서 계획하게 된다. 스탈린에게 강철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우연이 아니며,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혐오감을 드러내고,저항하는 이유 또한 무관하지 않았다.대기근으로 홀로도모르가 말생하였고,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대거 죽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푸틴의 러사아를 상대로 피로서 저항하는 이유다.
250명의 남자와 250명의 여자가 고아로서, 새로운 실험의 도구로 쓰여지는 과정이 잘 나타나고 있으며,그 중에 케케는 남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획득형질 유전,인간의 우성 유전자가 인간을 진화시키고, 인류는 그 우성 유전자가 발현하여,대를 이어나간다는 자연이 주는 과학적 이치다.하지만, 스탈린은 그 자연의 법칙을 악용하였고, 영하 50도의 차가운 물에 ,고아 출신 남녀 500명을 차가운 얼음에 잠수시켰다. 즉 처벌과 감시로,그들 중 차가움을 견딜 수 있는 남녀 한 쌍이 필요했다.500명 중에서, 단 두 명, 그들이 서로 결혼하여, 후손을 남기면,그 후손이 대를 이어서,차가운 시베리아 에서 멘몸으로 살아갈 수 있고, 북극곰처럼 물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과학적 근거를 직접 실험을 하게 되었으며, 리센크 후작은 케케와 베소에게 한랭내성 실험을 실시하고 말았다.당근과 채찍으로 한랭내성 실험을 실시하였고, 500명 중에 단 두 명이 필요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스탈린의 잔인함을 읽을 수 있다.최근 유전자 시험에서, 매번 강조하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는 과거 우생학으로 인간의 유전자 실험을 직접 실행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힘이 세고, 극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성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노력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현실이다. 그리고 조건과 상황에 따라,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한지 알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