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사랑, 바퀴벌레
이상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8월
평점 :



바퀴벌레가 내 행동에 민첩한 반응을 보이며 베개밑으로 빠르게 기어들어갔다. 나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잽싸게 베개를 낚아챘다. 그러자 그 밑에 웅크리고 있던 바퀴버레가 엄청난 몸체가 고스런히 드러났다. 와! 크기가 무슨 슈퍼 풍뎅이만했다. 나는 베개 끝머리를 붙잡고 바퀴벌레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나의 현란한 베개 질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는 날렵한 몸눌림으로 온 침대를 누비며 피해 다녔다. 그러고 나서 나를 농락하듯 바퀴벌레가 침대 밑으로 사라졌다. (-5-)
3일간 마지막 배웅을 마쳤다. 은서의 장례식은 조촐했다.외동딸이었던 그녀에게 남아있는 가족은 그녀의 어머니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상주인 아들 역할을 했고 그녀의 아버지도 은서가 사망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81-)
박현수 씨! 이거 꼭 읽고 평가해줘. 내 첫 작품의 반은 다 오빠와 함께한 것이야.누구보다 오빠가 가장 먼저 봐주길 바라. 그리고 오빠의 평가를 가장 먼저 듣고 싶거든. 무슨말인지 알지?장담컨데 정말 기대해!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천재작가 은서가- (-1`26-)
은서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낄낄 웃었다.
나는 잠시 놀란 마음을 가라안히며 소가 완전히 지나가길 기다린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면서 곧바로 어깨 위에 은서 바퀴벌레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은서는 내 어깨 위 바퀴벌레가 아닌 모습으로 철문으로 달려가는 것을 택했다. 이미 문 앞에서 도착해 철문을 손으로 더듬고 있었다. 주황색 철문 아래 밀리지 않게 받쳐둔 돌과 이미 많이 닳아 칠이 벗겨진 동그란 문고리까지 모든 게 추억으로 다가왔다. (-210-)
한국 소설 『내 사랑, 바퀴벌레』은 바퀴 벌레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보통 혐오스럽고 ,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아닌 ,사랑스럽고,보호해야 하는 그런 바퀴벌레였다. 소설 주인공 박현수의 아내 이은서가 바퀴벌레가 되어서, 현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은서의 부모님에게는 은서가 외동딸이었기 대문에, 현수가 상주 노릇을 하였고, 은서와 은서의 아빠의 장례를 마무리 하였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었던 은서가 삼신할매와 저승사자를 만나고 난 뒤, 바퀴벌레로 환생하였고, 조건으로 사람들에게 처치가 되면 안된다는 단서를 가지고 있다.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처음에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바퀴벌레를 죽이려 했던 결벽 은행원 현수가 어느 덧, 여느 바퀴벌레와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눈앞에 보이는 또다른 은서를 알아채고 말았다.그리하여 자신이 스스로 변하게 되었고,바퀴벌레 헌터를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인간에게 해롭고, 더럽고, 습한 곳에 살아간다고 생각하였던 바퀴벌레가 다시 나타나서,내 곁에 머물러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게 된다.현수는 은서를 데리고, 장모님 곁에 찾아가게 되는데, 장모님 집에서,결정적인 순간, 현수가 자신의 몸을 날려서,바퀴벌를 살려주었다. 소설을 읽고 난 뒤,내 집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를 신발이나, 필통 같은 걸 사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인간이환생하여, 집 안에 머물러 있는거라 생각하니 생명의 소중함 뿐 만 아니라 애틋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