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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물고기
도건우 지음 / 좋은땅 / 2023년 5월
평점 :




0726
많은 계절을 보내고
당신을 다시 만난날
내 핸드폰 번호를 보고
당신은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내 번호 끝자리
0726
당신의
생일입니다.
왜 그랬냐는
당신의 눈물 섞인 물음에
나는 아무 말 못하고
자꾸 흐려지는
하늘만 바라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내 번호 끝자리는
당신이 태어난 7월 26일
내 삶에서는
가장 소중할 뿐입니다.
당신을 보내고
버스에 올라 귀가하는 길
당신이 건네준 명함을 보고
한참을 고개 숙여 울었습니다.
당신 명함에 쓰여진 메일 주소
kjy_0513
가끔은 나도 잊고 지나가는
5월 13일
나의 생일입니다. (-63-)
미움이란
미움이란
가지지 못한 나에 대한 불만이다.
미움이란
참지 못하는 나에 대한 꾸지람이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가슴에다 소주를 붓는다.
36.5 도의 따뜻한 알코올이 내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지금 나는 소독 중. (-72-)
이 정도면
나이 들면서
일주일 네 번 마시던 술을
한 달에 네 번 마신다.
나이 들면서
하루에 네 번 하던 당신 생각도
한 달에 서너 번만 한다.
이 정도면
하늘로 돌아갈 준비
다 된 것 같다.
이 정도면
당신 마음
아프진 않겠다. (-102-)
첫사랑과 그리움은 모순관계이면서, 서로 땔레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삶에서,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사랑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도 사랑이었다. 고독을 꼽씹고, 죽을 때까지 기억하게 되고, 때로는 기억 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사랑의 본질이다. 범죄르 저지른 이들엑 필요한것은 교화가 아닌 사랑이었다. 사랑을 잃어버리면 막장인새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사랑은 그리하여, 나의 존재의 본질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었고,아픔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때로는 볼 수 없는 사랑의 실체로 인해,그것이 내 삶의 전부였고, 그 전부가 나의 삶의 가치관이 될 수 있다.특히 우리 사회가 수많은 더러움으로 얼룩져 있음에도 불구하고,사랑이 있기에 정화될 수 있었다.
시인 도건우, 이 시집에서 『0726』 과 『미움』이 나의 삶과 나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나의 전화번호 뒷자리는 2002년 당시 , 컴퓨터그래픽스를 같이 배웠던 , 내가 좋아했던 그 이의 뒷번호였기 대문이다. 그 이전 번호와 지금의 번호, 누군가를 잊지않기 위해서, 불변의 기억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가장 많이 쓰고,가장 익숙한 숫자가 나의 전화번호 뒷자리에 기억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누군가 미워지면,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먼저 지운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할 일이 없다. 증오도 마찬가지이며, 혐오도 마찬가지다. 돌이켜 보면,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미움의 본질은 그사람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이면서,자세였다.우리가 생각하는 것들 사이에서,존재하고, 기억하고, 살펴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워하지 않으려면, 사랑하길 바란다.글 사랑의 마지막이 미움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