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사신은 너를 위한 거짓말을 할 거야
모치즈키 쿠라게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3월
평점 :


"하나씩 대답할게. 우선, 몇 월 며칠에 죽는지 날짜는 알려줄 수가 없어."
"왜?"
"예전에 사신에게서 자신의 죽는 날짜를 듣게 된 인간이 그보다 먼저 자살해 버리는 사건이 있었어.그 마람에 사인(死因)도 달라졌지. 그땐 정말 난감했다고."
사신은 뭔가 생각나기라도 한 것처럼 후드 위로 관자놀이 부근을 지그시 눌렀다. (-14-)
"이 수첩에 이름이 있는 인간만 내 모습을 볼 수가 있어.거꾸로 말하면, 네 이름은 내 수첩에 있으니까 너는 기본적으로 나 말고 다른 사신을 볼 수도 없는 거지."
요컨대,마키타 씨가 사신 씨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그렇게 오해한 건 다행이지만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나는 병실에서 혼자 떠들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을 거라는 말이다? (-42-)
어릴 적부터 늘 그랬다. 모두에게 나는 측은한 아이였다. 내가 아무리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해도, 사람들은 내게 억지로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며 계속 나의 씩씩함을 부정했다. 그러면 나는 내가 겪은 즐겁고 기쁜 일이 전부 다 없던 일이 돼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쁨으로 충만했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77-)
요즘 사신 씨는 좀 이상하다. 이전보다 고집이 세졌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게 된 것 같다. 심경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아니면, 혹시 이제 내게 조금식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 것일까? 그런 거라면 억지로 손을 잡아당긴 것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114-)
노조미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어깨가 작게 떨리는 것이 보였으나 나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 따위 없다. 왜냐면 나는 사신 씨가 논조미의 영혼을 가져가는 것을 지켜만 봤으니까,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아니야,그렇지 않아. 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노조미의 말과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오빠한테 부탁했다"라고 노조미가 말했을 때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의문을 품는 마음을 덮어버리고 모르는 척했다. 그때 제대로 알아봤더라면,어쩌면.... (-178-)
산다는 것은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살아가면서, 견디고, 이겨내고 살아가면서, 놓치는 것들이 있다. 예고되지 않은 죽음, 준비되지 않은 죽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죽음을 미리 알려 준다거나, 언제 죽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준다면, 나는 죽을 준비를 할 수 있고, 죽음에 대해서,나의 선택지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처음에 죽음을 듣는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할 것이다. 그것이 일찍 죽거나, 늦게 죽음을 맞이하거나 무관하게 내 앞에는 언제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병실에 있는 마히로 앞에 후드 티르 입고 나타난 사신은 마히로에게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마히로는 심장에 이상이 있는 소녀다. 그 죽음에 대해서, 마히로는 담담하게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하나 담아내고 있다. 아무도 사신이 나타난줄 모르고 있다. 단 마히로만 알고 있었다. 삶이 있었기에 죽음도 존재하는 법, 사신은 마히로가 언제 죽을지는 말할 수 없지만, 소원 세가지는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마히로가 던지는 세가지 소원, 그 소원의 정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소원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가되 견뎌야 하고 , 묻어 버려야 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에 어떤 것을 지켜야 하는지 죽음,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가치, 사별에 대해서, 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이 책을 덮어볼 수 있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