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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의 초상
김문 지음 / 십구금 / 2023년 7월
평점 :
절판
젊음은 무의식적으로 트렌드를 만든다. 재밌어서 하는 행동들이 어느 새 주류가 되어 버리는 젊음의 열기, 나는 애려가기로 결심하고, 벽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거울에 얼굴을 비춰봤다. 조금 피곤해 보였다. 팩트를 약하게찍어 눌러서 기름기를 죽이고, 립스틱을 발랐다. 파우치 안에 화장품을 집어넣고, 깍지를 껴서 천장으로 한 번, 바닥으로 한 번 쭉 스트레칭을 한 후에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계단이 삐걱거렸다.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이미 몇 명이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9-)
그 이후 시릴은 다시 남자의 언악을 기다렸지만,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시릴은 네안데르탈인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시릴은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던 그 아파트로 다시 가서 벨을 눌렀다. 그런데 스피커 폰에서는 아주 평범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릴은 혹시 동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사냐고 물었다. 남자는 이 아파트가 생긴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이 집이 지어지고 제일 처음 입주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전에 살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시릴은 혹ㄷ시 언제부터 살았냐고 물어봤다. (-145-)
검정 티셔츠 한 장을 입었던 현태는 성큼성큼 중앙으로 갔다. 키가 큰 현태가 지나가자 여자들이 고개를 들어 현태를 보았다. 빛이 환해지고 그제야 현태의 얼굴이 보였다. 현태는 무쌍에 입술이 도톰했다. "짜증나게 잘 생겼네."
연주는 괜히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연주는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귀가 아파졌다. 친구한테 나가자고는 말하고서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은 클럽에서 빠져나왔다. (-246-)
남자는 틱톡커였다. 댄스의 한벽한 선, 칼박자, 춤에 적합한 신체, 창의적인 안무,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한 표정, 리경은 일주일에 두어 번 올라오는 남자의 댄스를 몇 번씩 돌려보았다.그리고 그 댄스를 볼 때마다 가슴 저편에서 무언가 끌어오르는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리경은 남자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했다. (-339-)
매니저가 효정을 데리고 키친으로 갔다. 키친은 서늘했다. 모든 선반은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었고, 개인별로 할당된 구역이 있었다. 그곳에 효정의 면접을 보았던 라디가 연신 박수를 쳐대며 사람들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재료를 다듬거나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효정이 오자, 모든 사람들이 잠깐 동안 동작을 멈췄다. 매니저는 효정에게 한 사람씩 소개를 해 주었다. 키친에는 아시아 사람은 없었고 온갖 유럽 사람들만 모여 있었는데 그중 이탈리아 사람이 제일 많았고, 제일 적은 국적은 두 명 밖에 없는 영국인이었다. (-476-)
소설 『소외의 초상』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그 질문이란 작가의 상상에 의거한 독특한 질문이며, 확률이 거의 낮은 질문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질문을 알파고, 챗GPT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을 내 앞에 보았다는 것만으로도,우리는 즐거워지고, 색다른 경험에 흥분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왜 책제목을 소외의 초상이라고 지었을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의미를 하나하나 꼽씹으면서 ,읽게 된다.이 책은 상상 소설이며, 각 소설마다 겹쳐지는 것은 없었다.
소설은 성에 대한 탐욕, 네안데르탈인,그리고 북한 등등의 소재를 통해 스토리가 주는 힘을 확장하고 있었으며,이 소설이 추구하는 강력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현대에 네안데르탈인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아파트 공화국으로 되어 있는 우리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진다. 특히 컴퓨터,SNS,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 교접은 우리사회의 보편화된 소외를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확장할 수 있었다.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에 따라가면서, 단편 소설이 추구하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생각을 꼽씹고, 스토리를 음미하면서,작가의 상상력의 근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않는 것는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수천년간 추구해왔던 성에 대한 육체적 탐미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