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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 2 - 몬스터들의 방문 ㅣ 책고래아이들 35
정설아 지음, 한상희 그림 / 책고래 / 2023년 8월
평점 :
"가지고 오너라"
영동의 말에 근처에 있던 가장 얌전한 바람이 스르르 올라가 하얀 서찰을 감싼 채 서서히 내려왔다. 얌전항 바람이 영동의 손바닥 위에 서찰을 내려놓자 하늘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영동은 귀 기울여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23-)
집귀는 봉투를 보다가 입술을 삐죽였다. 착하게 살라는 당부라도 쓰여 있을 것 같아 영 꺼림칙햇다. 찬찬히 봉투를 열자, 안에 있던 종이가 툭 떨어졌다. (-37-)
"나도 이 나라의 삽살개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저런 귀신 쫒은 개랑 살다니, 역시 소문이 잘못된 게 아니었나 보군!" (-56-)
홍콩 할매의 말에 집귀는 귀까지 빨개졌다. 그래서 일보러 크게 말했다.
"사실은 그게, 건의 삼촌은 귀신이라면 자다가도 덜덜 떨어서 기를 쉽게 뺄수 있거든. 그 기를 너희에게도 나눠 주려고 한 거지. 멀리 날아오느라 힘들었을 거 아니야? 하하!" (-66-)
만티가 갑자기 웃음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
"바보같긴.사람을 없애는 건 내 몫이야. 넌 그냥 기만 빼면 돼. 죽음을 눈앞에 마주한 사람들의 기는 저절로 빠져 흐른다고, 넌 잘 모르는 것 같군."
"모,모르긴! 나도 알지, 나도 아는데...." (-79-)
집귀는 건이 가끔 하는 컴퓨터 게임이 떠올랐다. 키보드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누르는 대로 움직이던 게임 속 캐릭터들처럼 사람을 조종하는 거다. 사람의 혼을 먹는 게 기를 빼내는 것보다 더 대단해 보였다. (-97-)
"녀석과 홍콩할매와 나는 우연히 만난 거지만 내 빛을 이용하여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녀석과 처음 만났던 그 성에 가면 분명 녀석을 막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런 음침한 녀석은 반드시 자기 아지트 가장 구석진 곳에 진짜 정체를 숨겨 놓는 법이니까.:"
홍콩 할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두귀도 허리를 굽혔다 폈다. 화귀도 말을 받았다. (-123-)
동해를 모두 건너자 영동이 물러났다. 더 이상 움직인다면 바다 신이 노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신 영동의 말을 잘 듣는 얌전한 바람을 펌킨의 빛에 묶어 보냈다. 고요히 날던 중 펌킨이 말했다.
"이 정도 속도로는 만티에게 붙잡힐 수도 있어. 녀석은 자기가 날 수 없다고 했지만 또 모를 일이잖아. 다시 한 번 튀어 오를 테니 다들 꽉 붙잡아!" (-135-)
소설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2』은 현대판 전래동화였다. 1편에 등장한느 연못 인근에 살아가는 두꺼비, 2편에는 귀엽고 순둥순둥한 삽살개가 나오고 있었다. 마당 있는 집에는 충성스러운 진돗개와 , 귀신 쫒는 삽살개르 항상 키웄다. 귀신을 쫒는다는 개, 삽살개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내 기억 속 추억 하나, 개그맨 이홍렬이 생각난다. 어릴 때, 뺑코 이홍렬은 홍콩할매 귀신 복장을 했다.이 책에도 홍콩할매 귀신이 나타나서 변기 귀신 화귀와 콤비를 이루고 있다.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선택지르 내미는 변기 귀신 화기를 본다면, 푸세식 화장실에서, 컴컴한 밤에 귀신의 손이 올라와서, 나를 잡아먹는 건 아닐까 두려워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밤에 꼭 화장실에 반드시 가야 했다면, 집 밖에 누군가 든든한 사람을 깨워서 함께 했던 추억이 있었다. 무두귀는 목이 없는 귀신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으로, 사람의 혼을 먹어 버리는는 무시무시한 귀신이다. 동해와 영동이 나오고 ,바다의 귀신이 등장하고 있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던 이유다. 1편에 조왕신이 나왔다면, 2편에는 핼러윈데이 단골 손님 펌킨, 1980년대 홍콩영화,한국 영화로도 유명했던 홍콩 할매, 페르시아 상상의 동물 만티코어'를 연상하게 만드는 만티, 구약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이 등장하고 있어서, 추억과 전래동화 속 귀신들의 일화가 재미있게 느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