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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 1 - 사람들을 겁주고 싶어 ㅣ 책고래아이들 34
정설아 지음, 한상희 그림 / 책고래 / 2023년 6월
평점 :
남자가 묻자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남편이 아프다가 죽었는데 빚 때문에 이전 집을 팔았대. 그런데 뭐, 꼬 반드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겨우 찾은 집이 이 집이라 하더라고."
남자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없이 짐만 옮겼다. (-19-)
집귀는 당장이라도 아이를 만나고 싶었다. 어린 아이나 기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고 모습을 쉽게 내보일수 있었다. 모든 잡귀가 그랬다. 그 사람들은 잡귀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했다. (-24-)
잡귀는 꾹 참으며 건이 가방 안에 머물렀다.
학교에 도착하자 건은 새 교실로 갔다. 건이 책상 앞에 앉아 가바을 열어 필통과 공책 몇 권을 꺼냈다. 그 사이 집귀는 스멀스멀 천장으로 올라가 붙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이들이 차례로 콕콕 교실 바닥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먹잇감이 이리 많다니!' (-55-)
화귀의 목소리에 맞추어 촉수들이 집귀를 천장 위로 있는 힘껏 밀었다. 집귀는 5층 학교 건물의 천장을 뚫으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촉수들은 집귀를 붙잡은 채 이리저리 흔들더니 곧바로 저만치 내던졌다. (-61-)
무두귀는 까만 지붕 집이 지어지기 전부터,그러니까 집귀가 나타나기도 전부터 무덤가와 까만 지붕 집을 오가며 살았던 잡귀다.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 나지 않았다. 서로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함께 사람을 겁줄 때는 죽이 잘 맞았다. 무두귀는 사람의 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 능력도 있었기에 사람의 기를 약하게 하는 것은 물론, 기가 약해진 사람을 찾는 것 또한 매우 능숙했다. (-75-)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은 귀신, 유령, 영환도사가 있었다.귀신들이 인간을 괴롭힌다고 생각하였고,집에서,부엌,항아리, 천장, 지붕 위에 머물러 잇다고 생가한다. 책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 1』에는 듣도보도 못한 다양한 잡귀가 소개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집귀, 머리가 없는 귀신 무두귀, 개구리처럼 생긴 루귀, 변기귀신 화귀 동해 바닷바람을 통솔하는 영동, 피부가 하얀 설백, 집 근처에 살면서, 독을 찾아 삼키는 두꺼비, 그리고 부엌에 항상 존재하는 조왕신이 있었다.이러한 신들은 인간의 삶을 관장하고 있다.전염병을 일으키는 귀신도 있었으며, 기후를 변화시키는 귀신도 존재한다. 시골에서 부엌이나 화장실에 머물러 있을 때,항상 내 주변에 귀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음습한 기운을 느낄 때가 있다. 귀신을 상상할 때,갑자기 무섬증이 발생한 이유다. 옛날 사람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에게 당부했던 이야기, 부엌에 머무르는 조왕신을 잘 모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었다. 조왕신을 잘 모셔야 그 집이 잘 되기 때문이며,우환이 피해간다고 믿었다. 귀신은 기가 약한 인간에게 가까워지고, 인간의 삶이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이사를 할 때도 길 일을 선택해서, 날짜를 택해서 갔던 이유,집안에 우환이 생겼을 때,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던 이유도, 항상 인간이 살아가는 곳곳에 있는 수많은 잡귀들을 멀리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익숙한 잡귀와 그렇지 않은 잡귀를 서로 섞어 놓아서,대한민국 전통 무속이나 미신, 문화 곳곳에 귀신 관련한 귀신 스토리가 많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작가 특유의 필체로 귀신 스토리를 재미나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