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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지음 / 엘리 / 2023년 8월
평점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의 경이로운 점은, 그 사랑의 범위가 물감이 번지듯 세상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거예요. 가요만 듣던 내가 클랫힉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학교에서 점심시간만큼 음악시간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그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언젠가 오스트리라를 꼭 가보리라 다짐한 것처럼. 그가 좋아한다는, 각설탕 두 개를 넣은 찐득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해 보려 애쓴 것처럼. (-12-)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
밤 열한시,기주의 몸을 한 정민이 지친 발걸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아가씨가 위험하게스리 걸어갈거냐는 직원들의 말 참견에 화답하고 돌아선 참이다. 고기 냄새와 몇 잔 받아먹은 술냄새가 온몸 가득 희뿌옇게 배어 있다.
회식한 날이면 기주는 딱 이맘때 쯤 전화를 절었었다.
정민아, 나 집에 가는 길.
그때 기주가 부르는 정민의 이름은 유독 끝이 길었다. 그 순간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겠다고, 몸에 묻은 것들을 밤공기에 씻어내려 애쓰며 정민이 생각한다. (-56-)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김수연 작가의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에느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지고 있었다. 우리 일상 속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 오롯이 작가의 상상에 의한 이야기미며,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상력이다. 그래서, 공감과 비공감 사이,이해와 오해 사이에서,우리가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일일히 담아내고자 하였다.
첫번째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 에는 덕후로 등장하는 처녀 귀신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처녀 귀신이라는 것이 매우 독특하며, 덕질을 하는 주체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라는 점에 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항상 쫒아다닐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타 넘는다.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알아낸다. 비행기를 타도 공짜로 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이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덕후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작가는 귀신 중에도 덕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에 근거하고 있었으며, 현대판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두번째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는 사랑,신뢰,믿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은 기주의 몸을 한 정민이다. 기주와 정민은 한 때 연인관계였다가 헤어졌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몸을 얻어서,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서로 연인 관계였을 때 느꼈던 오해가 만들어지고,이해가 될 수 있는 그 과정 하나하나에 대해서 꼽씹게 된다. 사람들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면 좋은지 꼽씹게 되었으며,작가의 상상력의 깊이가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