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기다려
이옥수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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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내 인생 스토리를 조합해 보면 어느 몹쓸 인간들의 불장난에 대책 없이 세상에 나왔고, 그 핏덩이를 한강옷수선 집 한수정과 신기루주점 한수지가 데려다 키웠다. 어처구니 없게도 모자 가정인 둘 알았는데 대안 가정이었던 것이다.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는지 악을 쓰고 캐물어도 두 여자가 굳건히 입을 다물고 있다. 엄마는 한사코 나를 낳았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16-)

"한강, 너 엄마가 좋아 이모가 좋아?이모가 더 좋지? 그치?"

노래를 부르던 이모가 머리로 내 이마를 비비며 장난쳤다.하림이가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넌 노래하기 싫으면 춤을 춰. 하림이는 노래하고 강이는 춤추고, 어쨌거나 너희 오늘 마음껏 놀다가 .어린이날이지만 이모는 청소년들을 위한 기쁨조가 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67-)

침묵 속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옆에 누웠던 이와 읊조리듯 말했다.

"강,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사랑이, 사랑이야.네가 태어난 것도 사랑이었고, 수정이와 내가 이렇게 네 옆에 있는 것도 사랑이었어. 그것만 알아 줘.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과 시간이 사랑이었다는 걸.앞으로도 그럴 거고."

멈추었던 소솔바람이 삭삭. 숨죽이며 지나갔다. 이모의 작은 소리가 내 가슴에 부딪치며 바람을 따라갔다. (-135-)

갠지스 강가로 나갔다. 죽은 자는 흘러가고 살아 있는 자들은 분주하게 아침을 열고 있는 강가. 번인가트에서 여전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죽음,난 죽기 전에 뭘 해야 하지?한수정, 엄마...내 물음표 앞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엄마다. 어렴풋하던 정답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래, 엄마한테 가야 한다. 엄마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가 엄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정직하게 내 마음으로부터의 정답을 찾아내고 말 거다. (-174-)

우리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구분짓기를 좋아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구분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불행한 삶과 행복한 삶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행복한 삶은 무엇이며,불행한 삶은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단 남들은 다 가지고 있지만, 내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그것은 분명 불행한 삶에 될 가능성이 크다. 소설 『바람을 기다려』의 주인공 한강이 바로 불행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한강은 엄마 한수정과 이모 한수진이 있었다. 그런데,자신이 알고 있었던 진실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었다.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우연히 들은 이모와 어엄마의 대화 속에 있었다.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었으며, 차라리 엄마와 이모, 두 사람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속담에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에서 , 한강에겐 「모르는 것이 약이다」 가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한강의 삶이 조선시대 연산군의 삶이 아니었을까 생가해 보고 말았다.

소설은 내가 살아생전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고,미스터리한 상태로 놓여질 대,어떠한 혼란이 생기는 지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엄마가 아닐 때,고아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아빠나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생기는 혼란스러움은 어린 소녀 한강에게 있었다. 여기에 또다른 문제는 어린 소녀 한강이 아닌, 어린 소년 한강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끝없이 캐고 또 캐물으면서, 의심과 불신 속에서,자신의 삶을 고쳐 나가려 할 때,그 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본질과 진리를 찾기 위해서, 스스로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찾아가며, 내가 살아야 할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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