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닮은 음악
이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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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은유

어떤 이는 일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먼저 배운다.

다른 이들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일에 먼저 능숙해진다.

사랑에 빠져보기전에 완전히 어른이 된 사람들은 사랑을 부정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찰면 없는 성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점점 더 큰 불이 되어가는 반면,

사랑을 부정하는 자는 자신에게 붙은 작은 불꽃에도

놀랄 만큼 괴로워하고 그것을 바로 밟아 꺼버린다. (-57-)

초심

초심은 마법이어라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에 걱정으로 멈춰 서지 않음

실패를 겪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투자할 용기가 있다.

그것은 사랑에 빠질 때도 마찬가지

초심은 태어나는 이에게 잠깐 주어지는 선물.

언젠가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네.

그것은 어린 아이가 새로운 장소로 들어갈 때의 신비로움.

내가 보는 것들은 다 나의 것.

그것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다 자란 사람이 더 이상 비누거품을 불며 블거워할 수 없듯이 그 마법은 서서히 풀려왔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더 이상 우리의 부모가 아니고

이제는 우리가 공간을 낳을(가르칠)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를 여행할 때나

감당하지 못할 만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두리번거리고, 쭈뼛대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걸음마부터 배워야 하는 아기이기에.

그곳에 비누거품을 불며 즐거워하는 어른들이 있고

보는 눈을 가진 것으로 족할 만큼

작아진 가슴이 있다네. (-76-)

시집 『침묵을 닮은 음악』에서, '사랑에 대한 은유' 와 '초심'을 읽어 보았다. 시집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제목에 대해서,깊은 관찰과 사유를 필요로 한다. 문장은 한 페이지 남짓에 불과하지만, 시인은 그 한장을 쓰기 위해서, 작게는 하루, 길게는 일년 가까이 시를 묵혀 놓는다. 집착에 가까우리만큼 완벽한 문장,나의 의도에 부합하는 시가 탄생될 때, 그 시가 독자에게 다다르게 되고,시인의 내면에 들어갈 출입문이 열리게 된다.

두 편의 시를 읽으면서,시인의 내면과 나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 보았다. 살아가다 보면,우리 스스로 초심을 잃어버린다고 말한다. 초심과 후횐느 뗄레야 땔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우리는 매일 매일 초심을 잃어버리고 살기 때문이다. 기억에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은 태어났던 그 시점의 어린 아기였던 그대의 초심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말하느 추심은 내가 그것을 기억한다는 전제하에 수면 밑에서,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 세상을 보았던 그 순간도 기억할 수 없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에게 초심이 무어냐고 물어본다면, 태반이 알지 못한다고 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초심을 강조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삶이 나의 인생 나침반을 잃어버리지 않는 삶을 겨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심이란 처음을 뜻하며, 낯설음을 뜯하기도 한다. 어설플 대도 있다. 한글을 처음 깨우치는 그 순간도 초심이 될 수 있고, 운전 대를 처음을 잡았을 때도 초심이다. 무언가 시작할 때,느꼈던 낯설음과 설레임,그리고 기대하지 않앗던 무언가를 얻게 될 때,우리는 초심이라는 단어와 나의 일상 속 경험 속에 각인될 때가 있다. 시집을 읽고 나를 돌아보면서, 내 삶을 하나 둘 반추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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