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망루
배이유 지음 / 알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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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거울을 놓고 흰머리를 뽑다 문득, 정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거기'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거울을 내려놓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팬티를 벗었다. 그러고는 변기에 쭈그려 앉은 자세로 거울을 한가운데 두고 앉았다. 깊은 산속의 물가에 수줍게 핀 물봉선을 떠올렸다.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본 순간 망치가 머릿속을 땅 하고 때렸다.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기 없는 암적색의 일그러진 입술 모양을 하고서 거울 속에서 뜨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세월 숨어 있다 어쩔 수 없이 바깥 세계에 드러난 자의 불안과 불만과 체념이 섞인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1-)

자료실 내부는 깊은 바닷속처럼 가라앉아 있다.나는 80년대에 대학들 다녔다. 그 당시만 해도 도서관학과는 그다지 인기 있는 학과는 아니었다. 지금은 도서문헌학과 혹은 도서정보학과로 이름이 바뀌어 전문성의 냄새가 풀기지만 그때는 '사서' 라는 이미지에서 주로 안경 낀 노처녀들이 따분하게 앉아 열람카드를 끼워 넣는 풍경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남의 눈에 내 모습도 이렇게 비치는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그래서 지금도 청승맞게 보인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그런데도 친구, 숙은 모 처럼 내게 전화를 해서 ,'혼자 청승 떨지 말고' 를 강조하며 볕 좋은 날 바깥에서 한번 만나자고 했었다. (-15-)

이순은 가슴 한가운데에 양손을 가만히 얹고 심장 소리르 느꼈다. 미약하게 뛰는게 병아리 심장 같았다. 아주 오래 전 세상과 마주한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의 보드라운 털 속에 숨겨진 작은 심장을 느꼈었다. 놀란 새가슴이란 말도 떠올렸다. 막 가슴이 봉긋할 무렵, 모처럼 같이 시내로 나간 공중목욕탕에서 육촌 언니가 이순의 쇄골 아래를 보며 말했다. 새가슴이 부정적 이미지란 걸 어렴풋이 눈치로 알았다. 언니의 가슴은 쇄골 아래의 분명히 구분되어 볼록하게 솟아 있어 성숙한 여인의 냄새를 풍겼다. 새가슴, 그래서 그런지 이순은 쉽게 놀랬다. (-70-)

홍수가 나서 강물이 출렁거리고,다리 위에더 물이 젖어 있다. 전체가 물로 찬 느낌이다. 나는 한 노인이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다리를 건너오는데,노인이 얼굴은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과 긴장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서 나를 내려주고, 다시 원래 자리로 가서 경(확실하지 않지만 느낌으로 경이라고 생각한다)을 태우고 와야 하는데, 자꾸 물이 불어 무사히 건너올지 걱정이다. 다리를 물이 넘쳐 출렁거리며 잠기려고 한다. 노인은 진중하게 건너편을 가늠하며 물길을 바라보는데.... (-141-)

동트기 전 수탉이 목청껏 소리 지르고

귀없는 닭들은 어디로 듣나

귀 없는 동물은 흐르는 게 느껴질까

모든 새에게는 귀가 없던가

깃털 안에 숨겨뒀나

나는 깃털에 스며든다

나는 머물렀다 흐른다.

봄날 한가운데를 흰색의 벤츠가 지나간다. (-177-)

소설 『밤의 망루』는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 붓꽃 」,「홍천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밤의 망루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 」,「소리와 흐름 」,「 멈춘다 흐른다」 였다. 이 소설들은 평균 20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각각 다른 특징의 스토리로 구성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일곱 편의 단편에는 작가의 일곱가지 내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고,늙어간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 늙어감에 대해서, 민낯을 드러냐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누구에게 보여주기가 추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그래서, 남의 것에서 ,내 것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고 쉽지 않은 은밀하지만, 누군가 볼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것을 청결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청결하게 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특히 보이지 않ㄴ느 냄새르 제거하는 것이 현대인의 배려이며, 필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그것이 어떤 문제를 발생하는지 우리는 알게 된다. 주름과 주름살이 바로 나이듦을 인식하게 되는 시각적인 효과였다. 이 소설이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고,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누군가 내의 보이지 않는 것을 미세하게 , 디테일하게 묘사해 줬으면 할 때,이 소설에서 , 공감하고, 이해가 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 위로와 치유, 위안을 체득하게 된다. 돈이 많든 돈이 적든, 나이 듦은 어절 수 없는 자연이 선택한 것들이며,그것이 비록 우린에게 마주하고 싶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소중히 여기고, 고맙게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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