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해몽사전 걷는사람 소설집 10
박정윤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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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지하상가로 들어서자 숨이 막혔다. 공기는 후텁지근했고 여러 가지 소음이 한데 엉겨 골치가 아팠다. 내 머리 위가 8차선 도로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지하상가에는 유난히 옷 가게가 많았다. 그 틈에 사주, 궁합,작명이라 적힌 비닐 막이 눈에 띄었다. 걷힌 비닐 막 안, 보기에도 비좁은 공간에 개량 한복을 힙은 여자가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25-)

엄마의 편지와 사진이 끼워져 있는 책은 그 책들과 함께 윗목에 있다. 다른 꿈해몽사전을 꺼내 머리말을 읽었다. 꿈풀이로 인생을 바꿔 주고 대운을 잡게 해 준다. 나는 사람들의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 혹은 대운을 잡게 해 주려고 꿈해몽사전을 만들 생각은 없다. 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르 만들어 주고 싶었다. 책을 책장에 원래대로 꽂아 놓고 일어섰다. (-93-)

할아버지는 삼대에 걸친 세습무 집안 출신이었다. 열살 때부터 홀어머니와 굿당에 다녔다. 열다섯 살에 홀어머니마저 죽었다. 그래도 그는 굿판을 떠나지 않고 장구와 쇠를 잡았다. 꽃을 피우는 것부터 시작해 작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차곡차곡 일을 배웠다. 굿당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만났고 무당들의 주선으로 어찌어찌 해 인사는 했으나 총각 화행이였던 할아버지는 색시처럼 얌전했다. (-139-)

김옥심의 노랫가락을 틀었다.

그리워 애달퍼해도 부디 오지 마옵소서

만나면 아픈 가슴은 상사화보다 더하오니

나 혼자 기다리면서 남은 일생을 보내리라.

바람이 물소리인가 물소리 바람인가 (-205-)

랄머니 뒤에 진분홍 치마에 미색 저고리를 입은 여진 언니가 따라 들어왔다. 할머니는 누군가 화단에 물을 부었다고 화를 내며 꽃들을 살폈다. 대부분 사인은 교대할 사람이 없어 어젯밤 난전에서 새우잠을 잤다. 오늘이 장사 대목이라 온종일 장에 있을 거였다. 할머니는 화분 장수를 의심하며 아예 대놓고 그에 대한 악담을 퍼부었다. (-271-)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흘러갈 때가 있다.그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한 상태,부재로 인한 운명이며,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원망과 억울함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그 억울함과 원망, 비아냥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되고,트라우마가 되어, 인생관이 될 수 있다.

소설 『꿈해몽사전』의 주인공 윤소리는 엄마가 없다. 윤소리의 엄마 신혜인은 세습모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딸을 홀로 버려둔채,자신이 선택한 운명을 거부하였다. 그리하여 윤정옥의 손에 키워진 윤소리는 할머니의 서을 따르게 되었고, 무당, 신내림이나,대를 이어서 세습무가 되는 길어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테두리 안에서는 무당,샤머니즘의 삶이 놓여져 있었다. 무당, 꿈해몽,사주 팔자에 대해서, 윤소리가 할 수 잆는 선택권은 많지 않았다. 할머니는 소리에게 , 무당의 삶에서 벗어나길 원하였고, 함머니는는 세습무 할아버지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꿈꾸었지만,그 길이 만만치 않은 시련으로 이어지게 된다. 윤소이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핸 뒷받침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현실 속의 무당이 아닌 무다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무당의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 그건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멸시와 차별, 시련에 대해서, 그 삶을 누군가는 겪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이해해주길 원했다. 그 대상이 절대 윤소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주어진 인생을 스스로 희생하였고, 무당의 운명의 끈을 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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