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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비슷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게 됩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넥 되고, 다시 고통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낮은 자존감은 부모님과의 애착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아...씨..." (-12-)
국민학교 시절 꿈나무 피구 선수였던 61년생 종덕은 국가 대표 피구 선수가 되지 못한 꿈을 집에서 펼쳤다. 화가 나면 분을 참지 못하고 물건을 던졌다. 오징어 젓갈이 담긴 유리 반찬통을 던졌다. 하얀 벽에는 빨간 자국이 남았고 며칠이 지나도 냄새가 났다. 아빠가 왜 오징어 젓갈이 담긴 반찬통을 던졌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무릎을 꿇고 걸레로 바닥을 닦던 엄마다.
아빠는 국가 대표 피구 선수가 되어야 했다. 꽤 실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화에 못 이겨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비싼 물건은 건들지 않았고, 또 엄마를 향해 정통으로 맞히지도 않았다. 물건들은 아주 정확하게 엄마를 피해 갔다. 엄마에게 물건을 던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기도 했고 불행이기도 했다. 정자도 맞으면서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갈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바가 물건을 던질 때면 엄마를 피해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크게 다치지 않는 물건이 하나만 엄마 몸에 맞았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구왕 통키는 정확했다. 모든 물건은 엄마를 피해 갔다. 그래서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도 깨진 유리병을 치우고 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다음 날은 이모에게 ㅈ번화했다. (-32-)
"진아 씨는 얼른 남자 친구 사귀어야겠네. 그래야 집에 보내주지. 주변에 없으면 우리 중에서라도 하나 골라 봐.하하하하하하하하."저 주둥아리를 꿰매버리고 싶었다. 맞받아치기에는 조금 애매했고, 나는 아직 어렸다.무엇보다 이 정도 시급을 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흔치 않았다.그래서 참았다. 술이 잘 안 받는 체질이에요. 저 요즘 한약 먹어요.내일 새벽에 수업이 있어서요,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요. 아무리 핑계를 대봐도 술을 먹였다.
"아빠가 알코올 중독이라서 저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아요."
그날 이후 회식 자리에서 나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마법 주문으로 수많은 단기 아르바이트 회식 자리에서 해방되었다. (-116-)
시험 뒷바라지에, 유학까지 보내준 부모님은 성공한 자녀의 효도는 커녕 화난 자식의 원망만 받고 있다.
희생과 희생이 겹겹이 쌓인 우리 가족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우리 가족은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의 희생이 누군가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희생이 결코 아름답거나 고귀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의 청춘과 꿈을 다 포기하고 일찍 일을 시작해 동생들을 줄줄이 공부시킨 맏딸,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을 위해서 대리운전까지 마다하지 않는 기러기 아빠, 아이들 학원 셔틀 기사 노릇을 자청한 엄마,. 음악을 할 때 행복하지만,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 똑똑한 둘째 아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양도한다. 하지만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69-)
희생은 아름답지 않다. 행복을 꿈꾸지만 우리 일생속에 반복되는 희생은 행복을 멀리하게 만든다. 꿈이 사라지고, 불행와 가까워질 수 있다. 작가 , 전진아 작가는 알콜중독자 아빠를 보면서, 사회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든 집에 있는 것을 피했고,도망다녔다. 술을 마시면, 했던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피구왕 통키처럼, 손에 잡히는 것을 사람에게 던졌다. 자신의 열등감, 트라우마를 이런 식으로 아빠는 풀었고, 화풀이, 욕바가지는 엄마와 자녀들에게 향했다.
이런 모습을이 저자의 일상 만은 아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어항을 깨트리고, 손에 잡히는 것을 던진다. 그것이 비싸든 안 비싸든 내가 분을 푸는 게 목적이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알콜 중독자 아빠의 부모도 그렇게 술독에 빠졌기 때문이다. 술에 관대한 문화가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었다. 폭력이 폭력을 불러 일으키며,그것이 술이 술을 부르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회식 때마다, 생각없는 가벼운 말들, 핑계대고, 돈이 더러워서 참았고, 인내했지만, 결국 눈치 없이 솔직하게 토해 버렸다. 그리고 술에서 해방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남의 속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고, 존중하고,배려하지 않는다. 화풀이는 화풀이로 이어지고,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가벼운 말이 화가 되고, 분노가 되고, 잠재되어 있었던 열등감이 끌어 오른다. 성질 급한 다혈질 사람이 술을 마시면, 내면에 응축된 문노를 풀어야 했다. 남의 약점을 교묘하게 건드린다. 결국 그것이 독이 되어서, 희생과 인내로 하루 하루 살아가지만 결국 그것이 나에겐 독이 되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폭력, 자살, 고통스러운 삶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 가정 파괴의 주범은 술과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모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