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K-포엣 시리즈 32
김사이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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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한족 날개가 부러진 햇살이 폐허의 난민촌으로 추락했다.

추락한 햇살을 씹어 먹으며 바람은 안간힘을 다해 날갯짓했다.

안간힘을 그러모아 비대해진 슬픔이 다시 무명들의 꿈으로 파고들었다.

굳겨지고 찢긴 이력으로 노동은 오래 앓다가 밥을 끊었다.

문턱 없는 불안 문턱 있는 계급은 늙거나 낡거나 죽지도 않았다.

세 치 혀의 무게만 한 거리를 두고 부역자와 조력자는 수시로 흥정을 했다.

더러워서 무서워서 돌아앉았던 자리마다 수치로 축축하다. (-11-)

간극

지하 수로에서 작업하다 빨려들고

흔들리는 비계에서 작업하다 추락하고

경비노동자가 정규직이라니

청소 노동자가 정규직이라니

육아와 집안일이 노동이라니

식당 아줌마들이 노동자라니

청년 예비 의사의 죽음은 아까운 죽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아까운 돈

고급 노동력에 고급 대우는 합리적

값싼 노동력은 최저임금 바깥에 머물고

내가 공들인 정규직 사원증

급이 다른 너는 내 공을 날로 먹으려 하지 마

나는 가질 수 있어도 너는 못 가져

내가 가질 수 없으면 너도 못 가져

애초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어

차별은 평등하고

인공지능에 밀려나도

이름을 달리한 노동은 계속된다.

자리를 달리한 죽음은 계속된다. (-16-)

불안한 동거

치마를 들치는 아이스께끼

짓궂은 장난으로만 생가했던 놀이

장난이 진화될수록 기억은 골병든다.

통통했던 어린 손을 돼지 말이라고 놀린 체육 선생

족발 먹을 때마다 맛있게 생각한다.

술집 공용화장실에서 남학생이 걸어 나온다. 문 앞에 선 여학생을 비켜 가나 했는데 순식간이다 가슴을 그러 쥐었다 그러고는 냅다 튀었다.

한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모임에 갔을 때 자주 보았던 선배가 '무다리 튼실하네' 하면서 쓱 종아리를 쓸어 내린다 태평하게 웃는다.

어느 진보 인사들의 행사가 무르익을 즈음 저명한 선생님의 눈길이 끈적하다 먹이를 노린 끈끈이처럼 뒤를 좇으며 머리꼭지에서 발끝까지 발가벗겼다.

여자라는 핏줄은

어디에 서건

동료였던 적이 없다.

살아 있는 계급장도 무력화시키며

약 먹어서 찍고 두들겨 패서 찍고 쫓아다니면서 찍고 사랑한다고 찍고 일거수일투족을 CCTV 도 찍고 블랙박스도 찍고 너도 찍고 나도 찍고

희롱과 추행을 덮어 주는

조직의 동료애는 단단하다.

옆집 사람으로 점잖은 이웃으로

누구에게는 목숨보다 귀한 가족으로 있다.

철벽 같은 조직망을 피해 도망쳐도

끝날 때가지 끝나지 않은 스토킹처럼 (-34-)

시집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에서는 지긋 지긋한 가난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가난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과거에 판자촌에 살았던 가난했던 그들은 이제, 임대 주택, 반지하 월세 방에 살아가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가난이 여전히 답습되고 되고 있는 이유도 그렇다.

시집 제목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 는 가난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드고 있는 가난은 어떻게 바뀌어서,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과 자영업자가 죽는다고 말하며,사회는 ,대한민국 사회 기득권은 가난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런 모순은 정치,선거철에만 반짝 빛을 발하고 잇었다.그 가난에도 표 한개가 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표하나를 가난과 맞바꾸려고 하는 이유다.

가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편리한나 삶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도,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가난이 있었다. 가난이 있었기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잇었고, 가난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 돈이 존재하는 이유도 우리 사회 곳곳에 가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은 사라지면 안된다. 가난이 사라지면 ,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 골치 아픈 문제들이 사라지게 되고,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가난에 기초하는 디스토피아가 현실이고, 부자와 평등이 살아가는 유토피아가 여전히 거리가 느껴지고, 요원한 이유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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