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 K-포엣 시리즈 31
최지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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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중얼거림

도시느 고독할까

옥상에서 내려다본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다 뒤따르는 그림자

길어졌다 짧아지는

짧아졌다 길어지는

끝과 시작 나는

혁명할 수 있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적신호가 켜졌다.

열차가 플랫폼을 지나치고

눈앞에 있는 것들

할아버지가 살았던 1937년부터 1947년까지의 동아시아, 친구들과 병원에서 헤어지고 독한 술을 들이켰다.

열차에 몸을 싣고

길게 뻗은 내 손가락이

십년 동안의 고독들 한장씩 넘기고 있다.

적에게 총을 겨눈

명령에 복종한

살아서

살아서

남겨진 유산

채무에 시달렸다. 거의 평생 우리 가족은 달마다 갚아야 할 돈을 헤아린다. 내가 너를 미워하듯이 네가 나를 미워하면

잘못된 사람이 된 것 같다

한밤중에 깬 네가 깊이 가라앉은 적막을 잡아당긴다.

맑고 또렷한 문명이여

매복해 있는 게릴라

수풀에서

뛰어나온 개 한마리

입에 뼈를 물고

죽은 이가 만개한 산탈나무 아래

손짓한다 느리게, 끝없는 꿈속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너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밤의 중얼거림

멈추지 않는 열차

지나간 기회와

고요한 날씨-23-)

백일몽

폭설입니다

이백 년만의 우주쇼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마천루가 이 나라의 자랑입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쇠파이프에 행인들이 크게 다쳤지만

일종의 헤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제주 사람 김 씨가 폭풍을 만나

아흐레 밤낮

표류했습니다. 바다가 사람들을 삼키고

혼자 안남(安南) 동쪽 해안에 닿아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결혼하여 여섯 명의 아들딸을 두었습니다. 사십 년을 살다

혼자 제주 서쪽 해안에 닿아

십 여 년 뒤

여든 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유리병 만드는 공장에서

불량품을 골라내는 일을 했습니다. 제국주의자와 반역자는 닮았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세계 지도를 들여다봤습니다.

구원은 엉뚱한 곳에서 옵니다.

멍한 기분으로

두어 게절이 지났습니다.

큰 강이 동쪽으로 흐르고

조금만 삐끗하면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기다렸어, 어서 와.

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79-)

시집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에는 일제시대가 나오고, 전쟁이 나오고, 제국주의가 등장한다. 우리는 과거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살아가고 있다. 죄책감, 죄의식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동족간에 총부리를 갸누며,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죽여야 했다. 눈앞에서 친구가 사라진다. 죽어야 채무가 사라진다. 그러나 살아있어서, 채무가 사라지지 않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죄라는 것은 내가 지은 죄가 아님에도 ,죄를 짓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어떤 일이 발생할 때,그 일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거나, 죽음이나 부상으로 아어질 때,죄책감을 느끼고,죄의식을 가지면서 살아갈 수 있다.시집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은 두 장이상으로 이어지는 , 상당히 긴 장편 시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순간에 죄를 지은 느낌이 들고, 어떨 때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항상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세우러호 참사 때,우리는 친구를 잃어버린 단원고 아이들을 알고 있다.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면, 심리적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옥상에서, 바닥으로 물을 떨어뜨릴 때, 누군가가 그 밑을 지나가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전 뉴스에서, 누군가 기차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여, 기차가 연착될 때, 책임자는 죄를 짓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시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죄에 대해서, 내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우리의 아픈 역사에서,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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