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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의 풍경 ㅣ 초록잎 시리즈 13
이미영 지음, 한태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6월
평점 :




1968년 3월, 오늘은 구송 국민학교 입학식이다. 영실이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깄다. 영실이는 나이도 어린데 생일까지 늦어서 내년에 가야 한다고 했다.
영실이느 눈만 뜨면 친구들이랑 땅따머기와 공기놀이를 했다. 구슬치기도 손이 곱도록 했다. 컴컴한 달밤에도 두 패로 나누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다. 징 놀이를 하다 이마가 찢겨져도 밤마다 같이 놀았다. 그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갔다. 영실이만 남았다. (-9-)
혀에 닿기만 하면 혀가 오그라들도록 쓰다느 익모초와 봄마다 엄마가 쪄 주는 쑥 버무리에 넣는 쑥, 애기 똥을 닮았다는 애기똥풀, 하얀 별 모양으로 꽃 피는 부추. 소들이 좋아하는 쇠뜨기, 제기 놀이에 쓰는 질경이, 고양이가 소화 안 될 때 먹인다는 괭이밥, 눈이 침침할 때 먹는 향긋한 냉이, 기침할 때 좋다는 도라지....
손 빠른 순덕이가 많이 캤다. 영실이는 히죽 웃었다. (-45-)
"영실아, 정신이 드니? 어후 세상에 거기가 어디라구."
엄마가 베갯머리 옆에서 머리를 만지며 흐느꼈다.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정신을 잃었나 보다. 영실이는 안방 아빠 자리에 누워 있었다. 발이 따끔했다. 영실이 발은 하얀 붕대로 감겨 있었다. 빨간 약이랑 연고를 발랐는지 붕대가 불그죽죽했다. (-95-)
1960년 생이라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너무 익숙하다. 어릴 적 놀이가 없었던 그 당시 아이들은 길가에 흙바닥 위에 줄을 긋고, 고무줄 하나로 하루를 지샜다.'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멜로디가 너무나 익숙한 이유다. 그때는 켈레비전도 귀하였고, 마을에 부잣집 한 곳에서만 모여서 볼 수 있었다.
초등소설 『그 여름날의 풍경』의 주인공은 영실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친구들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학교를 늦게 다녀야 했다. 하루 아침에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랬던 영실이가 다니려 했던 구송국민학교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신내길에 위치한 초등학교 였다. 책을 읽으면, 1960년대 우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영실이와 함께 했던 또래들은 이제 엄마 가 아닌, 할머니가 되어, 손자 소녀를 보고 있다. 책을 읽으면,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할머니가 어린 시절 어떻게 지냈는지 엿볼 수 있다. 길가에 있는 풀 한포기, 잡초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쪽집게 처럼 구별할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 직접 먹을 수 있는 풀과 쑥을 집에서 해 먹었기 때문이다. 익모초, 쑥,애기똥풀, 부추, 쇠뜨기, 질경이, 괭이밥, 냉이, 도라지를 정확하게 구별할 줄 알았다. 물론 영실이는 탄피를 주워다가 큰 불상사를 당하게 된다. 그때 당시에는 가난했던 집이 많아서, 아이들은 곳곳에 떨어진 탄피를 주워서,용돈을 모으던 시기다.지금 같으면, 뉴스에 나왔을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곳곳에 스며들 고 있었다. 물론지금은 없어진 추억의 버스안내양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