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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온도 - 엄마를 직접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지혜 지속가능한 가족돌봄의 회복탄력성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23년 7월
평점 :
"요즘 난 기름진 건 안 먹거든. 자꾸 체해서. 그래서 덜지 말고 그냥 가져가라는데 내 팔을 밀었어. 그래서 넘어졌어. 소리도 놀랐겠지.요즘 난 중심을 잘 잃거든."
그때부터 난 어금니를 깨물어야 했다. 눈물이 났다. 엄마가 속이 안 좋아진 것도, 중심을 놓친 것도, 당신의 여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그리고 손녀딸 소이의 무심함에 상처 입은 것도 모두 속상했다. (-37-)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맛있는 걸 해드리고 싶다. 그러나 엄마의 입맛은 유년 시잘 할머니가 해주셨던 손맛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따라갈 수가 없다. 할머니의 된장도, 고추장도 없다. 예전엔 맛나던 갈치도 꽁치도 사라졌다. 퍽퍽한 생선을 상에 두 번 내기는 틀렀다. (-83-)
엄마의 첫 번째 상태변화 기록지응 작성했다.장기요양보험을 인터넷으로 신청하자 바로 접수가 되었고 , 2 주 만에 공단 직원이 방문했다. 이로써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나의 돌봄이 시작되는 첫 주이자 딸인 내가 관찰자 입장에서 엄마의 상태변화를 기록하는 첫 주가 시작되었다. (-142-)
기저귀는 몇 번 가나요?
수시로가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볼일을 보면 갈아드려야지요. 그러나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대상은 최소 7~8명인데 목욕과 간식 준비, 배식, 설거지, 세탁, 화장실 케어, 운동 등이 쉴 틈 없이 진행된다면 하루 몇 번 가능할지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양보호사가 휴식 시간 없이 식사도 쫓기듯 해야 한다면 좋은 돌봄이 나올 수가 없디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기저귀 케어에 진심입니다. 네 근무 기록을 보면 데이, 이브닝, 나이트 3교대 8시간 근무를 하면서 기저귀 케어가 3번에서 4번 정도였어요. 충분하지 않지요. 그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188-)
살아가면서,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직업, 요양보호사이다. 내 이웃도 이제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되신 분이 있다. 그 분은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 오는 것도 부칠 때가 있고, 조금씩 몸이 힘들고, 숨이 가빠져 오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무거운 것을 계단을 통해 들어올리지 못했다. 눈칫껏 내가 대신해서 들어올려 보낸다. 내 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두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상황이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는 주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보호사를 처음 따는 이들은 타인을 케어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내 가족을 케어하기 위한 분들도 있다. 나의 엄마와 아빠를 직접 케어하기 위해서, 법적으로 돈을 받아서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저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내 몸이 내 몸같지 않은 엄만의 모습을 보면서, 번번히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 했다. 약해진 몸, 힘이 없어서 기우뚱하게 된다. 자칫 큰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순간 순간 상처 받고, 자칫 스스로 넘어질 수 있믐 낙상 상태가 될 수 있었다. 치매가 걸리고, 나이들어서 생기는 질병이 찾아오면 하루하루가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 살아가며, 살아지는 것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버거움, 힘듦이 될 수 있었고,그것이 결국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요양보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있었다. 돌봄,보살핌, 케어, 이 세가지 요소를 요양보호사가 책임진다. 수시로 목욕을 하고,생리를 해결하며, 목욕과 간식 준비, 배식, 설거지, 세탁, 화장실 케어, 운동 까지, 때로는 아플까 내 몸처럼 타인의 몸을 진심으로 돌본다.엄마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 더욱 소중한 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누구나 찾아오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돌봄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