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노래하는 집
송길자 지음 / 예미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봄

누굴까

산과 들에

물감을 듬뿍 찍어놓아

두 팔을

걷어븉이고

그림판을 젓고 갔나

집마다

진을 친 노랑 울타리

개나리 너울 구름 (-14-)

꿈도 젖은 저 미리내

미리내 미리내라니

절로 흐른 저 미리내

젖은 꿈속에서도

굽이 트는 저 미리내

깊은 잠

꿈속에서도

젖어 내린 저 미리내. (-17-)

고장난 시계

시침과

분침이는

팔짱 끼고 잘도 가더니

하늘 가신

할머니처럼

절룩이는 저 발걸음

참참이

가다간 쉬고

쉬었다 간 또 가네. (-21-)

높고 높은

하늘나라엔

씨아를 돌리시는

실잣는

할머니들이

많이 모여 사시나 봐

그러게

목화 꽃송이

지천으로 쏟아지지... (-30-)

오리와 기러기와 한강

물새와 구름이 나란한 한강에선

공사판이 한창 벌어졌었지요!

보기만 해도 힘상스런

불도저 포크레인 트럭들이 서로 질세라

강바닥을 파 오리고 둑을 쌓고

토관을 묻고 물길을 내고

자리 보아 물고기 집도 지어 주었지요..

공사를 한 것은 사람이나 기계들 뿐이 아니었지요.

저 멀리 북녘에서 날아온 청둥오리와

멱 감던 기러기 떼들도 하늘에 높이 날아올라

부드러운 나래 깃으로 연신 하늘을 업고 내려와

은하수 푸른 빛을 강물에 보태주었고

우리의 한강은 이렇게 되살아나서

밤섬은 맑고 푸른 물을 두르고 앉아

철새와 물새알을 나란히 품게 되었고요.

밤이면 은하수도 내려와서

기인 꼬리를 강물에 잠기게 되었지요. (-43-)

시집 『새가 노래하는 집』을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연과 벗하며 살아온 지 오래되지 않았건만,자연을 가까이 해 본지는 꽤 오래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를 유해 조수, 유익한 새로 구분하면서, 퇴치하려 했던 과거의 잔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천덕꾸러기였던 참새를 박멸하려 했던 시자ㅓㄹ이 있었다. 새는 새일 뿐,자연은 자연일 뿐, 구름과 벗하며, 자연과 벗하며,주어진 생을 다할 뿐이다.

시집 『새가 노래하는 집』을 읽으면서, 하늘을 보게 되었고,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옥집 처맛자락에 보여지는 여러가지 흔적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으며,그 자리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채소밭과 밭고랑,그리노 눈덮인 자연, 우리느 그 풍경을 잊고 지낸지 오래였다. 먹이가 어느새 줄어들게 되었고, 새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인간과 멀어지느 선택을 하였다.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마음이 자연으로 향할 때가 있다.복잡하고, 번잡한 자연 앞에서 ,망연자실할 때, 어느 순간 내 발걸음이 자연에 파묻히게 된다.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 둘 엮어 나간다면,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 하나하나를 연결해 보고 싶어진다.

삶아간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 삶의 터전에 함께 하는 새들을 반기며,새들이 한옷 처맛자락에 둥지를 트는 것을 복으로 여기는 것이다. 어느 순간 닭둘기가 되어버린 비둘기는 천덕꾸러기가 된지 오래되었다. 삶이라느 것은 결국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 서로에게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살아가되, 겪어야 하는 것들,그러한 것들이 모여서,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었다. 살아가되, 견뎌내야 하는 현실,그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 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