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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슴속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다
최우미 / 림앤림 북스 / 2023년 5월
평점 :




대봉시
한창 바쁜 중에 울리는 휴대전화
시간 될 때 나오라는 엄마의 지친 음성
조바심에 겨우 나가 보니
녹 슨 손수레 위에 생뚱맞은 대봉시 두 상자
아픈 다리를 끌고서
무거운 손수레까지
지하철을 갈아타고 갈아타서
먼 회사까지 찾아왔을 엄마
대봉시를 내려놓고
딸의 신경질을 한가득 싣고서도
괜찮다며 돌아서서
온 길을 되짚어 걸어가는 엄마의 뒷모습
지금은 뒤좇아 가 와락 부둥켜안고 싶다.
고맙다고 말하며 엉엉 소리 내 울고 싶다.
아픈데 힘들게 왔다고 위로해 주고 싶다.
이렇게 날 생각하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21-)
엄마와의 대화
알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에 잠에서 깬 것은
엄마 꿈을 꾼 탓이다.
꿈은 꿈일 뿐
내가 있는 여기가 현실
그러나 가슴의 고통은 엄청나다.
있을리 없는데도
들릴 리 없는데도
나는 대화를 시도한다.
나 엄마 몫까지 두 배로 살고 있어.
잘하고 있는 거 맞지?
보고 있어?
아직 어두운 밤
가만히 귀 기울여도
대답은 없다. (-54-)
드라이브
목적지 없이도 차 타는 걸 좋아하는 엄마
걷지도 못하면서 창밖을 보기만 해도 들썩들썩
무더위가 가신 늦은 오후
동생이 운전하면 대시보드에 척하니 걸치는 가느다란 다리
그 사이로 살랑거리는 시원한 바람에
콧노래로 시작하는 트롯 한 소절
그에 맞춰 음악을 틀어 주는 동생
기분 좋은 엄마를 태우고 달리는 흰색 SUV (-97-)
놀이공원
세 모녀의 첫 나들이
목적지는 에버랜드
98년생 마티즈가 쌩쌩 달린다.
엄마는 나이 육십에 밤잠을 설쳤다.
가방에는 간식 한가득
얼굴에는 설렘 한가득
겁이 많아 겨우 탄 놀이기구 다음은
동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사파리 버스
복실복실한 양을 붙잡고 신나는 웃음
꿈에서 깬 내 눈에 들어오는 그날의 추억
탐스러운 장미꽃 앞에서 새침한 엄마의 모습
빈소에 놓인 희뿌연 영정사진 (-118-)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삶이 있고,죽음이 있다. 엄마와 두 딸, 최우미와 최우선, 두 딸이 그리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한 편의 시에 채워지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 이다. 시집 『가슴속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다』에ㅁ는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서러움 ,속상함, 아쉬움과 그림움이 느껴진다. 마치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 퉁명스럽게, 짜증나는 목소리로 대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회사에 찾아온 엄마가 건내준 대봉시,그 대봉시 뒤에 감춰진 엄마의 사랑은 도외시하고, 결국 자기 생각만 하는 옹졸함이 남는다.
그리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서러움은 다시 회복될 수 없그,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사람 사이에 회복과 위로라는 것도 살아잇을 때나 가능하다. 엄마의 손때 묻은 물건들, 꿈속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 소중한 가족이 이 세상에 없을 때, 꿈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쉬움만 느끼는 이유는 그러하다. 엄마의 사랑은 뒤늦게 알았기에, 그 사랑에 대해서, 내가 되돌려 줄 수 없고, 보답할 수 없고,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 순간,내 마음속에 응어리진 미안함과 죄송함은 가족에게 표현할 수 없었다.
시집 『가슴속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다』을 읽으면서, 후회,원망이라는 단어를꼽씹에게 되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는다. 제삿상을 푸짐하게 정성스럽게 차려 놓아도, 그것이 위로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나의 소중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 화장장에 간다 하더라도 매한가지다. 우리는 늦은 뒤에서야 깨닫게 된다. 살아있을 때, 느꼈어야 하는 소중함,감사함을 ,돌아가신 뒤에서야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아픔과 슬픔, 기억과 감정은 나의 삶의 편린에 채워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