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에 안겨
염서정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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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조르고 졸라서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아빠에게 내가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것이 당신에게 혹시 짐이 되느냐고, 부담이 되느냐고, 철없게 느껴지느냐고, 부담이 되느냐고, 철없게 느껴지느냐고, 그래서 싫으냐고 묻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아빠에게는 그저 한숨 거리일까 봐. 혹시라도 물었다가 실망스럽게 얘기를 들으면 왈칵 눈물이 날 까 봐.이기적이게도. (-26-)

아주 이른 아침에는 매미도 울음을 멈춘다. 늦은 밤까지 울었을 매미가 아침이면 늦은 잠을 청하는 것일까.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잠을 잔다. 잠깐의 죽음, 날이 뜨거운 낯선 도시에서의 낮잠은 잠시 경험하는 죽음이다. 어떤 큰 소리가 나도 반응할 줄 모르는 나는 특히, 자는 중에 위층에서 큰 소리가 들렸고, 문은 쾅 닫혔다고 했다. 기억이 없는 나는 단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쩌면 기억나지 않는 잠깐의 죽음에. (-79-)

간 밤에는 비가 많이도 내렸다. 지붕에 닿는 빗소리가 마치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 같았다. 여러 꿈을 옮겨 다니며 선택을 했다. 꿈에서도 폭포 소리를 들었다. 어디가 꿈 속인지 모를 일이었다.

조금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들,내지는 감정의 파편들, 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괴로워지다가 약의 힘을 빌린다. 눌렸던 것들이 무의식을 탐험할 때 고통이 되어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아침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숙명인.(-129-)

무섭고 괴로운 꿈, 두려움에 쫓기다 말고 간신히 눈을 뜨면 남편의 등, 익숙하고도 안심이 되는 현실의 냄새가 그의 등에서 피어오른다. 코를 깊숙이 파묻고 한껏 들이마시면서 나의 현실에서 안도한다. (-200-)

시간과 단어의 숲을 거니는 사람 염서정의 『다정한 날들에 안겨』를 읽으면서, 나의 일상 속에 다정한 날들이 365일 중에 며칠 있었는지 세아려 보고 있었다. 평온한 일상은 다정한 일상이 아니었다.내 감점에 솔직하고,나의 느낌에 나의 시간을 다 쏟을 수 있는,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그러한 삶,염서정이 말하는 다정한 날이다.

작가는 순간순간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다.기쁨의 감정이 샘솟으면,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이가 먹으면, 하고 싶어도 주저할 때가 있다.아이의 솔직한 행동과 감정 표현이 부러울 나이가 찾아온다. 투정부리고 싶어도,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나이가 반드시 찾아온다. 우울과 슬픔에 침전하느 나이다.두려움이 느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에게 아픔이 있을 때, 비가 무지 무지 쏟아질 때,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은 눈물로 자신을 달래고,다정한 날,다정한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저자는 일상 속의 다정한 날을 늘이고자 117가지 이야기를 남겼다.그 117가지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 속에 있었다.그 하나하나 기록하고,기억해내는 힘,나를 관찰하고,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소소한 선물이었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영국, 남프랑스 ,한국 제주도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3일마다 하나의 이야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고, 고난과 고통,위로와 우울, 슬픔을 나 자신의 내면속에 위로와 치유를 채운다. 결룩 그러한 일상 속의 다양한 감정들이 모여서, 섞여서, 환희와 축복이 되고,고요하고, 읊조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일상속의 작은 소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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