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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평점 :




나기사는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성적이고 이국적인 풍모와 나이에 맞는 차분한 분위기에 이끌려 나기사만 찾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그에 반해 미즈키는 거의 항상 팁을 받지 못했다. 머리가 좋은 미즈키는 손님에게도 무심결에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 때가 많아,치켜세워 주기를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인기가 바닥이었다.
"수고했어."
먼저 잔을 드는 사람은 늘 나기사였다. 두 사라은 풍성한 거품이 뽀글뽀글 솟구치는 맥주잔을 짠,하고 부딪혔다.
"수고했어, 언니."
"얘, 그 언니 소리 좀 그만해,"(-21-)
요코 마마처럼 80년대를 헤쳐 온 여자 중에서는 자신을 여장남자락도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나기사는 별로였다. 누님이라는 말도 싫었다.
그렇다고 굳이 가게에서 트랜스젠더나 LGBT 라는 말을 쓸 생각도 없었다.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는 뉴하프라고 했다. (-53-)
다음 주말, 이치카는 린의 권유대로 독실 스튜디오에 섰다. 린이 왜 갑자기 개별 촬영을 권했는지는 몰라도 , 확실히 돈이 더 필요하긴 했다. 콩쿠르에 나간다면 참가비 외에도 의상 대여비 등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드는 것 같았다. 이치카의 마음은 콩쿠르에 나가는 쪽으로 이미 기울고 있었다. (-128-)
거울을 보며 나기사는 생각했다.
눈앞에 비친 이 사람은 누구지?
나기사는 옷 가게 탈의실 안에 있었다. 제 손으로는 고를 일이 없을 듯한 수수한 취업용 여자 정장을 입은 모습은 , 얼굴은 그대로임에도 묘하게 위축돼 보였다. 새빨간 립스틱이라도 바르면 좀 나으려나.그러나 분명 안 어울리겠지. (-169-)
나기사가 취직한 곳은 도린이라는 이름의 물류회사로, 신주쿠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렇게나 취직이 되지 않더니만 남자 모습으로 돌아가 면접을 보자 쉽게 채용이 결정되었다. 월급이 적지 않아서 지원하긴 했으나, 막상 출근하니 왜 많이 주는지 이해가 됐다.
그곳은 그야말로 체력으로 승부하는 직장이었다. (-201-)
사오린은 콩쿠르 날 들쳐 업듯 이치카를 데리고 히로시마로 돌아가 버렸다. 이치카와의 연락은 사오리가 일절 차단했다. 이치카의 짐도 택배로 보내라고 나기사의 엄마를 통해 전해왔다. 나기사가 무시하자 더는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나기사의 방에는 이치카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후로 계속 콩쿠르 때의 일을 생각했다.
그날 ,무대에서 서로 끌어안은 이치카와 사오리의 모습에 나기사는 큰 상처를 입었다. 제 자리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이치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 하나뿐이라 생각했는데 ,이치카가 원한 이는 엄마였다. (-245-)
앤드로지너스는 남녀의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있어, 여자의 몸을 제 몸이라고 느끼는 나기사와의 결이 같은 존재는 아니었으나 본의 아니게 뉴하프라고 지칭해 온 나기사에게 웬지 모르게 관심이 가는 존재였다. 무엇보다 성별이 애매하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원래는 신도 남자와 여자를 분명하게 나누려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290-)
우치다 에이 『미드나잇 스완』 를 읽다가 ,홍준표 대구시장가 갑자기 생각났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한달 전 “대구 퀴어문화축제 개최 반대”를 공식 표명하였고, 대구에서 시행된 퀴어 축제애 대해 경찰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여기서 퀴어 축제는 성소수자를 위한 성소수자들만의 축제로서, 성정체성에 혼란이 있는 이들을 위한 축제라고 보면 된다.
소설 『미드나잇 스완』 은 성소수자,LGBT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나기사,미즈키,사오리, 이치카가 나오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나기사와 미즈키는 성소수자들, 트렌스젠더가 있는 뉴하프 쇼클럽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고객들의 팁을 받아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드에게 팁음ㄴ 수술, 호르몬 주사를 맞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금이다.
소설에는 사오리와 이치카도 나오고 있다.이 둘은 모녀 관계이며, 사오리는 싱글맘이다. 술에 취하면 , 딸을 향해 폭행, 언성을 높여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이치카느 사오리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치카는 히로시마를 떠나, 신주쿠로 떠난다. 이치카가 매번 불안 속에서 ,10대를 보내고 있었던 이유다. 히로시마에서 살고 있었던 이츠카는 어마 사오리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즉 됴쿄 신주쿠에서, 발레를 공부하고, 콩쿠르에 나가서,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자 한다. 스스로 홀로서기를 선택환 것이다. 하지만 사오리는 그런 이츠카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치카 나이였을 때, 이치카처럼 부모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적극적인 행동했기 때문이다. 딸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의도, 목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사오리는 공포와 두려움,상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성소수자가 겪게 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말하고 있었다. 특히 나기사와 미즈키는 성소수자로서, 여장남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메이드에 한정된다. 여기서 메이드란 어린 여자,하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소설에서 만 열두 살 이치카의 정서적 불안을 읽어 볼 수 있다.아바였던 나기사가 성혼란으로 인해 이치카 곁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감수성 짙은 나이,예민한 사춘기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오리의 집착은 이치카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정체성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 하나 하나가 이 소설에 느껴지고 있으며, 번번히 자신의 선택권에 대해 침해되는 기분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내 앞에 놓여진 현실 뿐만 아니라,스스로 선택권의 제약이 있어서,나타나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이치카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어린시절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