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모래알 같이 - 정선엽 초단편소설집
정선엽 지음 / 별빛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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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교정을 걷는 동안에 동료교사 서넛과 마주쳤고 우르르 뭉쳐 교실을 빠져나온 ,내가 담임으로 있는 우리 반 아이들과도 마주쳤다. 개중에 어떤 여학생은 우리가 들으라는 듯이 오오,미인이시다! 라고 입은 가린 채 일부러 큰소리로 외쳤다. 그 아이들이 정문 쪽ㅇ느로 멀어지자 그 애는 나만 듣도록 조그맣게 "귀여워."라고 하며 소리를 참고 웃었다. (-041-)

"무커무카만 기억하면 돼."

난 그 이름을 듣고는 어린애들이 손에 쥐고서 하나씩 비닐을 벗겨먹는 어른 손가락 사이즈만한 스트링 치즈를 떠올렸다.

"내 이름을 들어본 덕이니 한번이라도 있는지 궁금해."

"안 그래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참이었어." 하고 내가 말했다.

"모래요정 바람돌이는 확실히 알고 있겠지."

"물론이야."(-96-)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그건 영화에서만 그럴 뿐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지금 저쪽 소파에 앉아 계신 손님들이 보이실 겁닉다. 저분들은 이 호텔에 사흘이나 나흘 혹은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뉴욕을 여행하고, 거래처 바이어를 만나고, 자신의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고, 자신을 키워줄 에이전시를 찾고, 살집을 구하고,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랍니다. 결코 구형 폴더 식 핸드폰을 한 손에 움켜쥐고서 현상금액 메시지가 찍히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킬러들이 아닌 것이죠." (-135-)

너무 커져서 위협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오해 같은 건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엔 없다. 영화를 찍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특정한 장르를 추구하거나 그런 모양을 비슷하게라도 띠어야지 하며 뭔가를 염두에 둔 채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도 사람들 중엔 내가 찍은 15분에서 20분짜리 단편영화들을 보고서 이것은 예술영화,리얼리즘 영화, 이것은 리얼리즘적인 판타지여와, 모더니즘적인 성장영화, 로맨스 성격을 띤 미스터리영화, 또 이건 무슨 무슨 영화라고 딱 잘라 말한다. (-201-)

초단편 소설 『해변의 모래알 같이』은 1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이 단편소설 하나하나는 우리 삶에서, 바닷가 모래알처럼., 존재감은 없지만 단편적으로 연결되는 소소한 일상들을 엮어 나간다. 남들에겐 의의조차 없는 매우 평범한 일상 속에서,우리는 보고,듣고,느끼고, 특별한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에 기록하지 않으면,기억조차 남지 않을 때가 있다. 놓치는 시간과 순간들이 해변의 모래알과 같은 시간의 편린들이 우리 앞에 언제나 놓여진다. 이 소설에서, 나의 어릴 적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어서, 추억과 함께 행복과 특별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어릴 적 , 흑백 텔레비전 속 일본 에니메이션, 모래요정 바람돌이 가 실제로 소설의 주인공처럼, 괴상한 생명체로 나오고 있다. 모래요정이 바닷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소설 스토리를 따스하고, 풍성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여느 소설과 다르게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여인에게 인생의 공허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바닷가를 찾게 되는데, 모래요정 바람돌이 '무카무카'를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내 앞에 이런 상황이 나타나거나, 꿈 속에 나타나면,그것은 하나의 스토리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라는 장르, 인간의 상상과 현실속에서,기억과 해석이 혼재되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그것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이해,기억 소환으로 이어진다면, 그 소설이 가지는 의미 가치는 독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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