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대책 없이 살고 싶다
의자 지음 / 마음의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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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코 찔찡 흘리던 산골 마을 꼬맹이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학교 숙제보다 농사일 돕는 게 더 중요했던 우리 집에서 , 스무 가구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세상을 향한 통로는 흑백 텔레비전이 전부였던 외딴 동네에서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언젠가 친구가 말해줬듯이 내가 사는 동네는 작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도시 사는 친구들보다 드넓고 자유로웠는지도 모르겠다. 텅 빈 마을에 홀로 남아있어도, 산 넘어 일하러 간 엄마 아빠나 두 마을 지나 학교에 간 언니 오바를 기다릴 때면, 어린 내 마음은 우리 집 울타리를 넘기고도, 앞산 뒷산 정도는 가뿐히 올라 더 먼 세상으로 늘 향해 있었다. (-18-)

지난 가을 뉴욕에 도착해 벌써 봄이 왔다, 뉴욕에 온지 여덟 달이 된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노느라 가져온 돈을 다 썼다. 열심히 일자리는 찾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그래서 나는 요즘 오만 원으로 먹고 사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왜 꼭 오만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뉴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막막한 순간마다 돈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매번 그게 딱 오만원이다. (-104-)

나는 '상식'이란 게 없어서 여기까지 왔고

나느 '상식'을 까먹고 살아서 멘땅에 헤딩도 잘하고

나는 '상식'이 뭔지 몰라서

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혼자 우기면서 산다.

그래 나는 상식 없는 여자다! (-149-)

사람의 간섭 없이

마음의 방해 없이

마냥 누워 있을 수 있는 이 빈 공간이 좋다.

멀리 국적을 알 수 없는 노랫소리,아이들의 시끄러운 함성, 아이스크림 트럭의 오르골 소리, 데이트르 나온 연인의 달콤끈적한 목소리도 들리지만 이렇게 좋은 걸.

아무렴 어때. (-175-)

정글을 떠도는 네 그림자의 이름이 되어줄게.

너와 함께 춤추는 목소리가 되어줄게.

나의 세사으로 초대하느 냄새가 되어줄게.

너의 발끝에 내 이마가 되어줄게.

미지를 항해하는 너의 배가 되어줄게.

황금빛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줄게.

어둠 속에 빛나는 두 눈이 되어줄게,.

내가 너의 빛이 되어줄게. (-219-)

의자 작가의 그림 에세이 『낯선 곳에 대책 없이 살고 싶다』는 외로움과 홀로서기,그리고 위로와 치유를 느낄 수 있다. 시골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으며,브로클린에 정착했다 .언어가 다르고,문화가 다르고, 언어적 이질감이 있었다. 그러나 의자 작가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한국에서는 하지 않았을 일을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인 이방인으로서,스스로 불안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겪어왔던 ,뉴욕 유학길에서, 뉴욕시민들의 삶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뉴욕에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살이 많고,문신이 노출된 각종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한국의 지하철과 너무 다른 모습이다. 한국 지하철에는 우선 노출이 없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이지만 언어가 달랐고, 생각이 달랐으며, 피부와 행동이 달랐다. 그들이 풍기는 살냄새도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자신을 보는 것도 낯선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어떤 빈 공터에서, 남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삶의 자유의 본질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그들은 신경쓰지 않는다.한국 사회에서는 어림 없었을 일들이다. 오지랖이 없었고,그 자리에 자유가 있었다. 감히 뭇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은 미국 뉴욕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자 작가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으며, 대책없이 사는 밥을 느끼고 있다. 돈이 궁할 때는 슈퍼 아르바이트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다. 한국이라면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이, 미국에서는 닷새 꼬박 일해야 벌 수 있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우선 인정하고 살아왔으며,항상 오만원 남짓 돈을 소유하고 살아왔다. 넘치지도 않고,그렇다고 궁하지도 않는 그러한 퍽퍽한 삶,그것이 가난합지만, 나만의 뉴욕라이프였으며,저자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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