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 - 별보다 찬란한 인생 2막
정경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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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나처럼 회사에 억척스러운 사람이 없었다. 이십여 년 전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어떻게든 자리르 잡기 위해 야근을 도맡아 했고, 시장조사차 이웃 나라를 자비로 밥 먹듯 드나들며 신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아무도 자진해서 가지 않는 지점 근무를 지원해서 수시로 발생하는 고객 컴풀레인을 직접 막았으며, 한 지점의 부실한 유리문에 떨어지며 나를 덮쳐 온몸에 유리 파편이 박혔어도 회사에 누가 될까 혼자 감당했다. 그뿐인가. 모두가 어렵다고 기피하는 적자 지점을 결국 흑자로 전환시켰고 ,그렇게 성과를 거둘 때마다 귀에 들리는 전략적이라는 비아냥은 또다시 업무로 승화했다. (-20-)_

"당신 이제 회사 안 가도 되잖아."

순간 머리에 무엇인가를 맞은 것 같았다. '내가 회사를 안 가도 된다고?' 불과 0.1초도 안 될 것 같은 시간에 지난 3일간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그랬다. 지난 금요일 오후,나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퇴직 통보를 대표님께 들었다. 곧바로 사람들과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고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출입문을 나오며 회사와 영영 이별했다. (-67-)

"똑순이 같으세요."

현직 아나운서가 한때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받은 이미지는 똘똘함이었나보다. 유명 아나운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하루. 그날 나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아나운서에 버금가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 꿈을 이룬 느낌이 들었다.

책을 출간하고 그럭저럭 큰 강의를 맡기까지 1년이 걸렸다. 멈추지 않는 끈질긴 근성이 이룬 결과였다. 평생을 나는 습관처럼 새로운 일을 시도했다. 가만히 있으면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밀려 퇴보한다는 생각으로 어제와 다른 무언가를 찾아 도전하는 데 힘을 쏟았다. (-153-)

회사를 떠난 후에 뼈져리게 후회하는 점이 회사에 있는 동안 회사 밖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나처럼 아직도 별 고민없이 지내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어차피 나는 돌이킬 수 없다고 해도 인생 후배들만큼은 불필요한 경험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9-)

저자 정경아의 마지막은 신세계 그룹 상무라는 직책이었다. 30년간 회사생활에서, 상무라는 직책은 회사가 저자 정경아에게 준 역할이며,책임감이다. 20대에서 50대까지 저자의 인생을 다바쳐온 회사생활의 정점은 상무였다.하지만 상무라는 직책은 매우 상징적이지만, 불안을 내포한다. 신세계 상무는 4년마다 4번의 상무가 교체될 정도로, 하루살이 1년짜리 직업에 불과했다. 물론 저자도 1년 후 회사에서 퇴직했다.

퇴직하였지만, 퇴직 이후의 삶은 준비하지 못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오로지 자신의 업무역량을 키우고,회사를 성장하는데 매진하였다. 자비를 들여서회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였고, 회사가 성장하면,자신이 성장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그것은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도달하였던 이유다. 처음 수술을 앞두고 회사에서 날라온 임원 으로 승진 소식은 수술를 하지 못한 채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그로 인해 수술시점을 놓치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습관,태도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상무,임원이 해야 할 일, 30년동안 몸에 내재된 습관은 퇴직 이후 방해꺼리였다. 하는 일,직책, 역할은 바뀌었지만, 내 몸에 은연중에 묻어있는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 대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해야 하는 그 모습이 퇴직이후 버려야 하는 습관 중 하나다. 그리고 세상을 너무나 몰랐다. 버스,지하철, 기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줄 몰라서, 카드를 어디에 대어야 하는지 몰랐고, 퇴직 통보 후, 다음날 아침 지각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느끼는 강박관념를 버리지 못했다.그래서, 저자는 퇴직하자마자 회사에서 자신이 해왔던 일과 관련된 소지품이나 일거리들을 전부 버렸다. 퇴직이후 제2의 인생을 살기위해서 블가피한 선택이다. 상무에서, 새로운 직장에서 최저임금에 불과한 일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자칫 짤릴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한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극복하였고,자신이 회사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멈추지 않는 끈질긴 근성, 업무 노허우를 기반으로,강의와 큰 강연을 통해 인생 후배들에게 전달하는방법으로,자신과 같은 길을 걸아가는 이들을 위한 직업을 선택하였으며,그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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