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홍선기 지음 / 모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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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서 있는 잘생긴 사람은 누구야? 내가 모르는 배우인가?"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저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임스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남자들보다 주먹 한 개만큼 더 키가 큰 도양인이었는데 얼굴을 조각으로 빚은 듯 아주 잘 생겨 특별히 눈에 띄었습니다. 나이는 20대 중반, 브라운색의 웨이브가 있는 헤어스타일에 높은 콧대와 동그랗고 선한 논망울이 무척 인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미소 지을 때마다 간간히 보이는 양 보조개가 하얀 얼굴 위에 조화롭게 자리 잡혀 있는 미남이었습니다. 남녀를 떠나 누가 보다라도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케이시야." 제임스가 말했습니다. (-16-)

사진으로도 별로 매력이 없는데 실물이 더 별로라 하면 내가 굳이 그 사람을 만나러 그 자리에 갈 이유가 없다.하지만 그런 내색을 할수는 없다.'상냥하고 친절한 케이시' 로 비쳐야 하니까. 상냥하고 친절한 케이시, 더 이상 삶의 제약도 재미도 없는 내 인새에서 . 이런 식으로 스스로 부여한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일은 꽤 중요했다. 이거라도 해야 했다. (-34-)

조금씩 상황 파악이 되고 있었습니다. 믿기 싫지만 , 하츠네에게는 3년째 만나고 있는 료타라는 이름의 만화가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혹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는 하츠네의 아버님은 지금 저를 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제 이름은 가즈키고,회계업무를 하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하츠네와는 만난지 넉달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라고 바로 정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23-)

케이시의 손은 곧장 내게 말 그대로 감겨오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내 안에 들어왔을 때 내 열로 더욱 뜨거워졌다. 그를 가늠하기도 전이었는데 내 몸은 이미 준비를 마친 것만 같았다. 그의 손가락 온도와 대비되는 내 안의 높은 온도에 당황스러웠다. 그것조차 묘한 흥분을 안져줬다. 내가 무시하기로 결정한 남자를 ,내가 뜨거운 운도로 원하고 있다니. (-233-)

화장실은 여자 혼자 사는 집 특유의 화장품 냄새가 진동했다. 세면대의 칫솔 통에는 솔이 많아 닳아 있는 칫솔과 깨끗한 칫솔 두 개가 꽂아져 있었고, 일회용 카트리지 면도기가 있었다. 남성용 면도기인지 제모를 위한 여성용인지 구분은 되지 않았다.

술이 확 깰 만큼 좁고 지저분한 그 방에서 내게 호감을 산 건, 피아노와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쌓여 있는 악보들뿐이었다. (-354-)

인간의 삶은 돈이 있다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 살게 되면, 돈이 전부인것처럼 살게 되고, 인생의 모든 욕구와 쾌락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인간의 욕망과 물질적인 소유, 이 두가지가 서로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때, 삶의 균형이 잡혀 있다고 말한다. 소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에는 주인공 네 사람이 나온다. 케이시, 가즈키 하츠네, 유메 이렇게 네 사람이다. 케이시는 벤처 사업을 하는 부자이며,자신의 회사를 1000억엔에 다른 사람에게 팔았고, 자유로운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돈이 있었던 케이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물질적인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 정작 케이시는 어무함과 절망으로 채워져 있으며 ,내면 속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한 케이시에게 회계사 가즈키가 조언을 하는데, 데이팅 앱으로 여성을 만나보라고 한다. 그로 인해 케이시는 여러 여성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으며,유메와 깊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물론 가즈키는 하츠네와 서로 사랑하는 관계다.

이 소설은 한가지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케이시가 여러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유메에게 끌렸던 이유는 서로 가치관 ,정체성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그대로 노출하는 것보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더 편했다,삶을 순간 순간 인생 미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케이시에게도 보여지며, 유메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유메가 케이시에게 끌렸던 이유는 자신의 독립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삶의 균형이 무너진 케이시는 유메를 통해, 자신의 돈과 삶의 의미를 맞바꾸려고 한다. 문제는 유메의 입장과 케이시의 입장이 서로 충동한다는 것에 있다. 결혼이라는 것은 한 가족과 한 가족이 서로 결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케이시에게, 자신의 부모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유메를 이해하지 못한다.하지반 유메에게도 딱한 사정이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를 가진 유메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오로지 자신의 삶의 해방구를 찾고자 남자를 찾아나섰고, 그 과정에서 케이시를 만난 케이스다. 소설 제목은 매우 독특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올지는 독자마다 다르게 이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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