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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본능 고라니
최우미 지음 / 림앤림북스 / 2023년 3월
평점 :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고라니들이 살고 있다.이들은 도처에서 각자 다양한 삶을 꿈꾸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터전을 접지 못한 채 최후에는 아스팔트 도로 위로 내몰린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거대한 톱니바퀴를 돌리는 작은 부품으로 쓰이다가 버려져 결국에는 외롭게 죽어 가는 것이다. (-17-)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수달이 팀장으로 승진했다. 알고 보니 수달은 승진하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구체적으로 움직인 사람이었다. 사내 소식지 만드는 일도 그 일환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수달은 스컹크와 일본원숭이와 같은 기수인데 그중에서 가장 먼저 팀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그 기수 중에서 최초의 팀장 승진이라고 했다. 평균적으로 승진에 소요되는 기간을 생각한다면 수달은 굉장히 빨리 승진한 케이스라고 했다.그즈음에 스컹크의 얄망궂은 눈매는더욱 얄망스러워졌고 일본원숭이는 도인 같은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59-)
"두꺼비 씨랑 친해요? 두꺼비 씨가 고라니 씨랑 친하다고 나한테 얘기하던데."
오소리는 재차 내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전에 같은 팀에 있었어요."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두꺼비랑 전혀 친하지 않다. 아니, 너무나도 경멸하고 있다.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내 스컹크가 떠올랐다. 갓 맂사했을 무렵 같은 팀에서 겪었던 일들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갔다. 스컹크 옆에는 항상 두꺼비가 있었다. 스컹크가 말로 나를 괴롭혔다면 두꺼비는 행동으로 날 괴롭혔다. (-108-)
선배님, 저는 지금 선배님과 제가 가끔 커피 마시곤 했던 장소에 있어요.칙칙하고 어둡기만 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별세계 같던 그곳이요.한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거기서 내려다보는 바깥 풍경이 선배님 계셨던 그곳을 연상시킨다고 하셨지요..보도를 따라 죽 늘어선 나무들의 초록이 너무도 예뻤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곳 천장에 매달려 있는 조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은은한 오렌지색이 제 마음을 포근하게 검싸 주는 느낌이 들거든요.이곳에서의 괴로움이 제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저를 보호해 주는 것 같아서요. (-146-)
회사나 직장생활은 총과 칼만 들지 않았지, 실전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다,. 동물들이 사는 아마존, 세렝게티가 바로 우리가 목도하는 회사생활일 것이다. 사자가 약한 사슴을 잡아먹지 못하면, 굶어 죽어야 한다. 반면 사슴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사자의 눈을 피해다니거나,사자보다 빠리 달려야 죽지 않는다. 소설 『질주 본능 고라니』에 등장하는 고라니가 세렝게티의 사슴과 같은 존재이며, 야생에서, 연약한 초식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에는 고라니가 살고 있다. 고라니는 밭이나 야산에 숨어 있으며, 멸종동물이라서 사냥이 불과하다. 고라니가 인간으 밭을 침범하고 밟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이 만든 밭에서 나는 작물에서 연약한 잎을 주로 먹고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생활에도 고라니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며, 눈치 빠르고,항상 숨어 다니며,제 할일만 하는 이들이다. 소설 『질주 본능 고라니』 엔 회사 내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하고 있었다. 두꺼비와 고라니, 오소리 , 나무늘보, 판다,일본원숭이, 사마귀,수달, 그리고 스컹크가 존재한다.여기서 오소리는 체격은 작지만 집요하고, 무서운 존재이다.고라니에게, 오소리가 두꺼비랑 친하냐고 묻는다. 고라니는 갑자기 정색하는데, 두꺼비를 경멸한다. 회사에 흔히 나오는 익숙한 모습이 이 소설에 나오고 있었으며, 두꺼비는 고라니를 친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고라니는 두꺼비를 부인하고 있다.회사나, 일상생활이나,인간관계에 있어서,내가 누구를 친하다고 생각하면,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친하다고 생각하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이 대목이 상당히 뜨끔했다.내가 친하다고 생각한 이가 그 사람도 나를 친하다고 말하지 않을때, 나는 우스워진다. 그럴 때는, 나 스스로 그 사람과 인간관계를 끊는 것이 현명하다. 두꺼비에게 고라니는 그런 존재이며, 서로 거리를 두고 마주하는 것이 옳다.회사나 어디에서든 이러한 상황은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