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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한번은 그가 해외에 나갈 일이 있으니 자신을 대신해 법원에서 일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큰 액수의 공탁금을 대신 찾아와서 가지고 있다가 자신이 알려주는 사람에게 현금으로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부탁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그러나 눈에 무언가 씌우거나 아니면 철석 같이 믿는 존재라면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가 해외에 있는 동안 그의 부탁대로 공탁금을 찾아서 내 구좌에 보관하다가 나중에 현금으로 그가 일러준 사람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랗게 그의 트랩에 걸려든 것이었다. (-7-)
저는 여러분에게 비누와 치약과 칫솔로 구성된 이른바 신입 세트를 나누어 주며 첫 조우을 합니다. 그리고 신입 방 안내와 주의 사항들을 이야기하고 수인과 방 번호를 가슴에 붙입니다. 이 의식으로 인하여 이제 여러분은 자랑스럽지 않은 성동구치소의 일원이 된 것입니다. (-67-)
내가 그 교도관에게 요즘은 비리가 없냐고 물었더니 비리가 없다기보다 비리의 대가가 높아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건에 마약 물을 적셔 들어오다 발각된 청주교도소의 재판 결과가 어제 보도되었다. 덕분에 수건도 반입 금지 품목이 되었으니 이제 그 수건은 또 어떻게 구해야 하나. 그러나 어찌 그것만 비리라 할 수 있겠는가. 5억짜리 황제 노역을 판결한 대담한 범죄도 있는데. 내가 처음 일했던 노역 사동에서 하루 5만원 짜리 노동으로 살아가는 불쌍한 노역수들을 많이 생각나게 한 그 사건이. (-135-)
다시 떠남을 준비한다. 옷을 정리해서 의류 가방에 넣고 책 몇 권. 노트 한 무더기 그리고 담요와 잡동사니 조금. 2년 반을 살아가고 버릴 것 버리고 나니 여기서 파는 작은 의류 가방 세개가 내 짐의 전부다.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노트와 옷가지들이 가방에 담길 때마다 나는 또 다시 징역에서의 인연을 하나둘씩 정리해왔다. 그래도 여기서는 이만큼의 정리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이다.성동에서는 30분 전에 통보받고 후다닥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왔었는데 어쩌면 시간이 이만큼 지나서거나 외부 통근에 대한 우대거나 개방교도소로 가는 것에 대한 배려였는지도 보르겠다. (-209-)
새해가 시작되는 오늘도 역시 특식이 있는 날이다. 메뉴는 미리 공지했던 것처럼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쌀밥과 불고기라고 했다. 참고로 여기서는 밖에서 아는 것처럼 콩밥을 먹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그게 나온 적은 없었다. 밥은 정부 비축미인 2년 정도 묵은 쌀에 보리르 섞은 것인데 쌀밥이란 거기서 순 쌀밥은 아주 가끔 맛볼 수 있는 좋은 음식이다. 의정부에서 특식으로 돼지 불고기 대신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가 나온 적이 있다. 조리장의 솜씨가 더해져 만족스러웠다. 그게 여기서 특식으로 나온다니 반가웠다. (-245-)
저자 이용순, 사업으로 인연이 된 사람과 어떤이유로 인해 범죄자가 되었다. 그 사람이 보관해 달라는 돈을 이유없이 보관하다가 어떤 범죄의 공범으로 몰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재판 끝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성동구치소에서,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책 『카메라 없는 사진가』은 저자의 교도소 이야기 , 교도소 비하인드였다. 단기 수용수와 장기 수용수는 처우가 다르다. 하루 24시간 감시되었고,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생리를 해결하는 것조차도, 하반신이 가려진 채 해결해야 했다. 가운데 교도관이 있고,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교도소의 구조다.수형수는 개인사생활은 전무한 상태에서, 자해나 무기 소지, 술을 먹거나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차단된다. 다치면 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낫기까지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욕구는 존재한다. 술을 마시지 못해서, 요구르트를 발효시켜서, 술을 만든다.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들은 술을 만들었고,발효시켜 술을 대신하였다. 수건반입금지가 된 이유는 수건에 마약을 녹여서 반입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교도소 안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그들만의 천외한 스킬이 있었다. 의벙부 교도소에는 살인미수범도 있었고, 실제로 사람을 살인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막하게 생긴 범죄자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여느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리고 주범에 2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잡히고 만다.
이 책은 교도소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고,그 공간에서 텔레비전이 유일한 유희거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는 무료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기록하였고,그 기록을 책으로 남겼다. 자신의 치부, 다른 사람들의 치부까지 읽혀졌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그냥 생긴 것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