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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 : 야 2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평점 :



"아까 명부에서 봤는데 저놈의 이름은 녕결리라고 해. 군부의 추천으로 와 특별한 이력도 없을테니 사도(司徒) 아가씨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이네."
"특별한 이력이 없다고? 그런데 어떻게 흑마를 길들였지?"
소녀가 불쾌하게 반응하자 청년 공자는 난처한 표저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진짜 운이 좋았을 수도...." (-83-)
묵묵히 듣고 있던 이어는 갑다기 상상의 작은 손이 차갑고 거칠게 느껴져 애석해하며 말했다.
"녕결의 시녀로 살지 말고 이 저택에 와서 내집사가 되면 어떨까? 남의 시주을 들 필요도 없고 그냥 날 위해 공주부 저택을 관리하면 돼."
공주부의 호위 당직방에서 팽국도는 창백한 얼굴의 소녀늘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북산도 입구에서는 네가 얼마나 용맹했는데 지금 이 창백한 얼굴과 허약하기 그지 없는 몸은 어찌 된 거야? 서원에 입학해서 며칠 책을 읽더니 폐물이 되어버린 건가?" (-169-)
녕결은 다시 몸을 돌려 지극히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학생이 방금 책을 읽으면서 억지로 글자의 뜻을 잊어보았는데 뭔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계속 읽어도 되겠습니까?" (-206-)
녕결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상상이 건네 준 물수건을 받으며 대나무 의자에 누워 있었다. 상상은 오늘 남색 꽃무늬 옷을 입었는데 팔다리를 다 걷었지만 처마 안 팎의 더위는 그녀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몸이 허하고 땀이 쉽게 나지 않는다고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저도 옷 좀 벗어도 될까뇨?"
"상상, 넌 비록 어리지만 그래도 여자야. 남자 앞에서 웃옷을 벗다니! 이제 곧 다 큰 아가씨가 될 텐데 정신 좀 차려." (-266-)
'마부에게도 은자 20냥을 줬다.'
상상은 이 말을 통해 자신이 비록 어리고 검소하지만 사리분별을 못하는 어린 시녀는 아니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
녕결의 침대에 누워 분주한 상상을 바라보았다. 녕결은 그녀의 말 속에 감춰진 억울함과 노여움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때 상상이 재빨리 창가로 다가와 퉁병스럽게 잘 쉬라는 말 한마디에 함께 창문을 닫았다. (-327-)
녕결과 어린 시녀 상상, 들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시체를 밟고 살아야 했던 지난 날, 녕결에게 삶이란 복수를 위한 삶이었다. 즉 남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녕결은 척척해 낸다. 거칠기로 유병한 흑마를 녕결은 길들일 줄 알았다. 그는 목표가 분명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흙을 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그것이 그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녀 상상은 녕결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소녀가 아닌, 여자로 말이다. 변방의 군관에서, 하후장군의 부하가 되기 까지, 서원에 머무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텃세가 심했다. 녕결은 특별한 기마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마술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시기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들은 운이라고 생각했다. 녕결의 실력을 녕결의 마음 속에 숨겨놓은 복수를 읽기 못했다. 죽음을 경험한 자와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차이였다.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녕결은 변병의 장수에서, 자안의 핵심실세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랑야방 시리즈로 유명한 중국 작가 묘니의 『장아』시리즈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살아가야 하고, 죽음에서 스스로 빠져 나와야 했다. 시녀 상상을 거두어들였던 녕결은 스스로 절제할 줄 알앗고, 복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의 가치관은 인생의 생존술이자 처세다.하지만 복수는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시녀 상상은 알고 있었다. 녕결의 마음과 상상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 같았고, 둘 사이의 묘한 관계가 조금식 드러나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에틋함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으며, 복수와 사랑 두가지를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