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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평점 :



원피스가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다. 다리에는 긁힌 자국이 있고 샌들 한쪽은 벗겨졌다.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의료진은 성폭행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폭행 당한게 아니라며 공황장애가 있긴 한데 이렇게 심하게 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가 뛰어왔다. 진정제를 복용시킨 뒤 복식 호홉을 하게 도와줬다. 함께 숨을 쉬어 보자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26-)
"여기가 가장 상처가 더 잘 뵐 거예요.울투불퉁하고 징그럽죠?"
나는 가장 상처가 많은 오른쪽 엄지를 그녀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
"제 손가락도 똑같아요. 저도 엄지가 제일 심해요. 그쪽 손을 보니 저랑 비슷해서요.불쾌했다면 사과할게요."
"아니에요. 저도 저랑 비슷한 손가락 가진 사람들 봤어요. 하나도 기분 안 나빠요." (-74-)
"기자는 출입처에 존재감이 있어야 해. 기사로 죽여 놓든 술로 죽여 놓든 어떤 방법으로든 출입처에 자신을 알려야 해. 기자로서 가장 슬픈게 뭔지 아니? 존재감이 없다는 거야."
선배의 말은 출입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출입처가 제 할일을 할 수 있도록 늘 감시하면서 '당근' 과 '채찍' 을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147-)
"김지수 씨, 한 가지만 더 묻지. 연합뉴스 TV 에서 앵커를 해 볼 생각은 없나?"
"현재는 없습니다. 저는 연합뉴스 기자를 하고 싶습니다. 곧 TV 개국인데 ,방송기자로서 할 수 있는 룰도 주십시오. 물론 사장님께서 저의 앵커로서 자질을 평가하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앵커는 취재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내공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그렇지만 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주신 점은 감사합니다." (-181-)
기사를 쓸 때 애정을 가졌던 단어 중 하나가 '변곡점'이었다. 변곡점이란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을 뜻한다. 어떤 현상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때 사용한다. 변곡점을 인생에 적용한다면,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나의 경우 삶의 목표나 방향이 달라진,인생의 변곡점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235-)
연합뉴스 보건의료 전문기자 김지수 기자는 치유 에세이집 「3,923일의 생존 기록」을 통해서,우울증,공황장애, 불안의 실체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픔과 질벼에 대해 여과없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TV 생방송'김지수의 건강 36.5' 에서 , 우울증과 공황장애 첫 진단 후 이 책이 나올 떄가지의 기간이 10년, 즉 3,923일간의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녀가 갑자기 헝크러진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모습만 보고, 상황을 모르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외모가 몰골은 형편 없었다. 하지만 그건 공황장애였다. 엄지 손톱을 물어뜯었고, 집착과 애착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신을 극단으로 내밀어 버린다. 그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상실되었다는 것이었다. 살아가기 위해서,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누군가에게 말해야 했다. 같은 병원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환자에게 공감하고, 연민으로 바라보았다. 사로 통한다는 것, 공감이 된다는 것, 내 병을 말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하지만 항상 그것이 다였다.스스로 아픔 속에서, 자신을 밀어내야 하는 현실이 높여지고 있었다. 긴장 속에서 기자로서의 천직을 버릴 수 없었다. 출입부 기자로서 철저한 감시를 해야 했고,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과 열정 속에서, 기자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이 느껴졌으며,공황장애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희망으로 채워진 삶을 이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