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퉁이 집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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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윤송의 시선은 계속 바깥에 있었다. 경성 거리를 호로 흩날려 쌓인 눈사태는 그 여인의 앉은 치마폭이었다. 눈과 바퀴가 만나서 마찰하는 소리는 윤송이 생각하는 여인의 아쟁 선율이었다. 눈과 함께 하늘에 사는 달의 완만한 곡선은 먼나라 사람 같던 그 여인의 이마였다.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인가? 이 천하의 고윤송이?'

천하의 고윤송. 그렇게 말할 만도 했다. (-15-)

"우리 아빠는 늘 그러셨어요.꽃으로는 악한 일을 할수가 없다. 내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은 꽃과 꽃들의 모통이 집에 관한 것이죠. 그러니까 나는 최소한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무섭지는 않아요?"

"'무섭다' 는 나쁜 일에 속하는 감정이죠."

"혼란스럽지는 않고요?"

"잘 정리하면 좋은 일일 혼란스러움이라고 믿어요." (-132-)

도유의 회사에서 현지마을의 공터마다 무화과 나무,앵두나무, 석류나무 등 갖가지 과일아무들을 무상으로 심어주었다. 마을회관에 최신형 히터 겸용 에어컨을 놓아 준 것도 도유였다. 그래서 어느새 도유도 현지마을의 주민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오늘은 꽃집이 안 나가나?"

골김댁 할아버지는 도유에게 모투이 집을 지은 재료에 대해서도 한번씩 묻기도 하였다. (-254-)

근식은 아무 말 없이 이 모든 풍경을 지켜보았다.

78년 전, 현지마을에는 아쟁을 타는 은조 아씨가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진주경찰서 형사부장 모구헌이 있었다. 나리의 탈을 쓴 악귀 다이스케가 있었고 그를 돕는 역시나 일본인인 정구가 있었다. 그 사이에서 상처받고 통곡하던 옥이도 있었다.

2023년 현재 현지마을에, 은조 아씨의 아쟁을 타는 마디가 있다. 구헌과 은조의 손자손녀인 도유와 도나가 있다. 옥이와 악귀 다이스케 사이의 증손자인 아서와 아한이 있다. 정구 또한 핏줄을 남겼다.바로 계성이 정구의 손자였다. (-344-)

소설가 이영희 작가의 『그 모퉁이 집』에는 1945년과 2023년, 78년간의 시간의 틈바구니에 살았던 은조 아씨와 그대 당시 포드 차를 끌고 다닐 정도의 부자였던 고윤송이 등장한다. 천하의 고윤성은 어느날 은조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은조는 아쟁을 다루는 예기였다. 일제치하였던 그 당시 진주군 현지마을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그 곳은 모퉁이집이라고 부르는 공간이다.

이 소설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 역사를 꽃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조선의 값 비싼 비단을 만들어서, 일본에 팔았던 고윤송은 그로 인해 돈을 모았고, 자동차 포드를 끌고 다닐 수 있었다. 그는 이마가 도드라지게 이뻣던 은조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말았다.그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으로,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78년의 거슬러 역사 속 인물로 바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현재의 누군가가 과거의 역사 속 중요한 인물과 연결될 수 있었다. 도유와 도하가 은조 아씨와 연결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역사의 일제강점기의 아픈 흑역사는 어느새 지워지고,그 안에 숨어 있는 한 인물을 들여다 보고 말았다. 진주 하면, 진주성, 남강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그 곳에 정착해 살았던 이들은 일본에 저항하며 살 수 없었다. 때로는 타협하고,때로는 견디면서 살아가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바로 그러한 꽃과 같은 영혼을 지닌 이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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