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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양극단 사이의 연속성을 정립할 수 있을까? 작은 슬픔과 큰 슬픔 사이의 연속성은? 기분이 상한 정도의 슬픔과 사별의 슬픔 사이에는?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비애의 거대한 영역 내에 놀랍게도 상대적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54-)
거리낌 없이 타인을 품에 안아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다.많은 경우 그들의 방식이 옳다.주로 가까운 사이에 행해지며, 친하지 않더라도 애정이 있는 사이라면 가능하다.위로자의 내적인 소신과 적절한 타이밍의 문제이다. (-109-)
이를 버겁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그들은 항상 삶과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이라는 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므로, 언제나 자신과 자신의 약점에 힘껏 저항한다.친절은 나약함의 근원이며, 나약함은 치명적이라 생각하는 탓에 자신의 고통과 불안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한다. 이들은 자신을 그대로 내맡기느니 스스로 본인을 쥐고 흔들어야 한다고 믿으며 위로는 나약한 이들에게나 필요하다고 믿는다. (-142-)
신을 믿으려 노력하는 것은 위안을 주는 가설에 동의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불확실하고 흔드리는 신앙을 가졌음에도 신에게 기댈 때마다 더욱 평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단순한 가능성, 신의 지속적이고 친절하며 전능하고 통찰력 있는 존재의 가능성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사소한 걱정들이야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지만, 중대한 시련(질병, 죽음, 사회의 극단적 폭력 등 )앞에서는 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나를 안위한다. (-212-)
2023년 4월 28일 지인의 어머니께서 갑자기 사망하였다. 그분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고, 사회적 인지도도 높은, 부모와 자녀간의 우애도 깊은 내가 본받고 싶은 평온한 가정의 보편적인 모습이었다.그랬던 그 집에 갑작스러운 우환이 생겼다. 가벼운 병으로 생각해서, 수술을 시작했지만, 의사의 실수 와 간호사의 대처 미흡으로 인해 , 어머니께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된다.이런 일이 발생할 때,황망하다고 말한다. 슬픔이 중첩되어 나타날 때, 깊은 마음과 절망이 이어질 수 있다.
살고 싶지 않을 때, 살아 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나 혼자 벼랑 끝이 서 있는 기분이 들 때이다. 위로가 필요하고,치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일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그 어떠한 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위안이 되지 않는다.아픔과 슬픔을 느끼며, 나약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부모가 곁에 돌아올 수 없고, 그 순간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죄채감,무기력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간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런운 사망이 아닌 어떤 에기치 않는 이별은 남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책 『내가 여기 있어요』 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어느 날 이별을 선언할 수 있다. 불확실하고, 불안전한 삶을 살아가며,서로 아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삶은 언제나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프랑스가 사랑하는 정신의학자, 마음챙김 심리 선구자, 프랑스 크리스토퍼 앙드레가 전하는 소소한 위로는 남아있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막연히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스트레스와 공황장애,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처를 안고 가는 이들과 함께 서로 위로하고, 마음을 나눌 준비가 필요하다. 이기적인 내 모습을 잠시내려놓고, 낮추며 살아가며, 겸손한 삶 ,친절한 삶이 필요하다. 책에서 제시하는 따스한 위로, 남은 자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었으며,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 지,시간을 인내하는 따스한 위로,친절한 마음챙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