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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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모란도 좋지만 겨울 모란도 특별하지. 특히 눈 오는 날엔 더. 죽은 남편도 아주 좋아해서 눈이 오면 함께 자주 보러 갔었는데."

미도카 씨느 그때를 그리워하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겨울의 모란, 가슴속에 몰래 감춘 사랑이어라."하고 즉흥으로 하이쿠를 지어 읊었다. (-10-)

기노시타 씨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까 가게를 비우지 못해요. 직물 관련 전시회에 가서 공부하고 자가의 개인전에 가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할 시간이 전혀 없는 거예요.그러니까 비가 온다고 집에서 멍하니 쉬고 있을 수도 없어요."(-31-)

전에도 잇세이 씨와 몇 번 데이트 했다. 그렇지만 이멜다 여사가 생각하는 것 같은 남녀관계는 아닌. 그저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것뿐이다. 잇세이 씨는 말은 짖궂게 해도 타고난 품위가 저절로 드러나는 신사다.

벚꽃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비탈을 천천히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비탈 양옆에 벚나무를 심어 마치 나무가 좌우에서 두 팔을 뻗어 지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듯 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어 꽃잎이 사랑살랑 떨어졌다. 벚나무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135-)

"거북이 해도 돼?"

하나코가 묻고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를 향해 돌아누워 내 등에 몸을 딱 붙였다. 풍만한 가슴이 등에 닿았다. 등에 새끼를 태운 어미 거북이 같다는 이유로 우리 자매는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몸을 붙이고 자는 것을 거북이하고 부르기 시작했다. (-155-)

"시오리고 같이 들지."

하루이치로 씨가 조금 서운한 듯 말하기에 나도 일단 부엌일을 중단하고 함께 반주를 들기로 했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들어 기분이 편해졌다. (-229-)

칡꽃이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꽃이었나 생각하며 걷는데 마침 칡넝쿨 시렁이 있었다. 시러에 감긴 튼튼해 보이는 칡에서 작은 적자색 꽃이 달린 총상의 꽃이 가로로 튀어나와 있었다. 발돋움을 해서 향기를 맡으니 부드러운 향수 같은 불가사의한 냄새가 났다. 그 밖도 세잎으름이며, 파충류를 싫어하는 하루이치로 씨에게는 결코 기브지 않을 뱀오이라는 이름의 진기한 식물의 시렁이 있었다. 정말로 뱀처럼 생긴 컬러풀한 열매가 시렁에서 구불구불 늘어져 있었다. 나는 하루이치로 씨가 발견하기 전에 방향을 바꾸었다. (-294-)

목욕하며 감정을 정리한 뒤 하루이치로 씨가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새 이부자리를 개고 테이블 위에 아침 식사를 차려놓았다. 아직 머리가 멍해서 대화가 활발하게 오가지는 않았다. (-341-)

하루이치로 씨가 침대에 천천히 누웠다.

"저쪽 보고 나한테 등이 보이게 눕는 거예요."

내가 가르쳐 주자 아무 말 없이 돌아누웠다. 나도 침대에 누워 하루이치로 씨의 등에 상체를 딱 붙였다.

"어미 거북이가 새끼 거북이를 등에 업은 것 같죠?"

손을 뻗어 이불을 올리니 비로소 마음이 진정됐다.

"좁네."

하루이치로 씨가 벽을 본 채 말했다. 나는 하루이치로 씨 다리에 내 다리를 감았다. (-426-)

하루오가와 이토는 1973년생이며, 최근작으로 『완두콩의 비밀』,『달팽이 식당 : 오가와 이토 장편소설』,『반짝반짝 공화국』,『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 이토 장편소설』 가 있다.1999년 『리틀 모어』에 『밀장(密葬)과 카레』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는데, 이번에 나온 소설 『초초난난: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은 그녀의 초기 작품이며,로맨스 연애소설이다.

소설 주인공 요코야마 시오리는 혼자서 기모노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모노에는 남녀노소 입을 수 있는 일본을 상징하는 전통 옷이었으며, 소설은 일본 특유의 기모노 문화,벚꽃문화가 펼쳐지고 있어서, 매우 독특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특히 시오리는 하나코와 자매로서 우애가 상당히 깊으며, 서로 외로움을 거북이 자세를 취하여,서로의 존재감이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은 기모노, 벚꽃, 하야쿠,이 세가지 요소가 버무러져 있었으며, 우연히 매장에 찾아온 남자 손님과 시오리의 오묘한 관계가 이 소설의 스토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눈여겨 볼 수 있었던 대목으로 오카다 유키미치가 남긴 ,시오리를 위한 연하장을 오카다의 아내 사토미씨가 직접 와서, 전달해 주고 있으며, 소설 스토리에서 애틋함 속에 감춰진 남녀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읽을 수가 있다.

시오리에게 침대에서 거북이 동작은 특별한 스킨십이다. 오로지 자신이 믿을 수 있고,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취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동생 하나코는 시오리에게 거북이 자세르 취할 것을 요구한다. 함께 거북이 동작을 통해 정서적인 친근함을 느꼈으며, 마음의 안정을 체험하게 된다.그건 하루이치로에게 이어지고 있다. 서로의 사랑을 깊이 확인하고, 나와 너가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감추고, 어미 고슴도치와 아기 고슴도치가 서로 딱 달라붙는 것처럼, 시오리에게 거북이는 특별하면서,나와 제일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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