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 싸대기를 날려도 나는 씨익 웃는다 - 불행은 제 맘대로 와도 행복은 내 맘대로 결정하려는 당신에게
김세영 지음 / 카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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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20년을 죽도록 참았다.

"얘들이 크면 정신차리겠지. 내가 좀 더 참고 노력하면 바뀌겠지. 저 어린 것들을 두고 어딜 가나? 내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너희 아빠가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내가 덜 힘들었을 거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세월. 끔찍해서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다. " (-28-)

아빠는 옷 하나도 20년 넘게 입는 구두쇠였다. 그런 그가 40년 전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것도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메이드 인 재팬'이 박힌 고가의 카메라를. 평생 유일한 사치였다. 그저 집에 있는 갓난아이의 이 모양 저 모양을 담으려는 마음에. 어떤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그 순간을 잠깐이나마 정지하고픈 마음이었을까? 언젠가는 서로 찍지도 , 찍히지도 못하는 그 시간이 올 거라는 걸 생각했던 걸까? (-68-)

가깝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조심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을 배운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를 안듯이 허물없는 사이일수록 더 배려해야 함을 배운다. 툭툭 내뱉는 말과 행동이 상대를 아프게 찌를 수 있다는 것을. 그러지 않으면 중고가 된다. 서로에게 더 중고가 된다. 이 중고는 당근마켓에서 사고팔지도 못한다.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고다. (-141-)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죽음, 삶에게 스톱을 명령하는 죽음이 궁금해졌다. 각당복지재단에서 진행되는 '죽음준비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주어진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지도자 과정이었다. 이 또한 야심차게 시작했다. 근데 배워 나가면 갈 수록 아빠와 죽음을 떼놓고 바라보기 힘겨웠다. (-223-)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 언젠가가 100년 남짓이다. 주변에 가까운 이들,친한 이들의 부고를 들을 때마다 그 순간 죽음을 상기한다. 그 죽음이라는 것이 나의 이야기가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고없이 찾아올 수 있다.




작가 김세영, 그는 휘귀병을 앓고 있었다. 그의 병명은 PNH(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발작성야간헤모글로빈뇨, 발작성야간혈색뇨)이며, 내 몸의 적혈구가 파괴되어서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희귀병이면서, 당장 사망하지 않는 질병이지만, 2주 마다 약을 투여해야 한다. 그 약이 한병애 2천만원에 달하며, 1년 5억에 달하는 약값이 든다. 살면서 평생 만저 보지 못하는 500억이 없으면,그의 삶은 담보할 수 없는 질병이다.

엄마의 이혼,아빠의 치매,여기에 자신이 병까지 안고 가야 하는 운명,그 운명앞에서,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이라 부르고 있으며, 역경을 이겨내는 삶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었던 자전적 글쓰기가 생각났다. 이 책은 작가 김세영, 흙수저 김세영의 자전적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내 앞에 주어진 운명을 슬프게 보지 않았으며, 아름답게 피어내고 있었다. 당장 인생의 이별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무탈하다는 것, 건강하다는 것에 대해 마치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너들은 건강르 가지고 있으니, 다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꾸짓는 것 같았다. 삶의 불안속에서, 가진 것이 많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도, 자신의 절망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던한 삶을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누구를 위한 삶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인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부끄러워진다. 견디면서 살아간다는 것,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저자는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나에게는 존재하는 것이기에 , 스스로 위로를 선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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