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거부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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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머리로 잔인하게 등급을 나누는 이 차별과 통제의 나라에 내가 말하는 배려가 끼어들 자리가 있기는 하냐? 말로만 자유, 말로만 평등, 얘와 우리가 같은 미결정 존재라니 하늘이 웃고 땅이 웃겠다."

"말 삼가라. 넌 수진이를 모욕하고 있어."(-28-)

경계 J-21 문을 통과하는 이들 대다수는 브로글이었다. 팩토리에서 일하는 브로글 노동자들, 직업학교로 등교하는 앳된 초보 브로글들, 혹은 브로글 결정을 예감하는 굴처럼 우울한 얼굴의 미결정 존재들. 히나들도 간혹 있었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하위직 히나 공장 관리자들도 이용했고, 일부 뻔뻔한 특별 시설 이용자들도 보란듯이, 조롱 삼아 문을 이용했다. 소유는 그 모든 경우와 무관했다. 그렇다면?

소유는 나를 위해 왔다.브로글이 될 나를 위해! 혼자서는 절대 안 갈 테니 동행할 심산으로! (-80-)

병원에서 아빠를 지켜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나는 확실했다. 아빠가 손목을 그은 건 나 때문이다. 아빠의 나이는 만 48세 8개월.선한 포기자가 되었을 경우 연합 정부의 위로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만 48세에서 만 49세의 정중앙에 가까이 자리했다. 염려한 적은 없었다. 나르바타에 오기 전에 아바와 꽤 진지하게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기에.

선한 포기자의 수가 정체 상태에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보던 아빠는 밑도 끝도 없이 "만약?" 하고 물었고 나는 곧 바로 "싫어"라고 대답했다. (-163-)

『성학십도 』 제1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하늘의 강건은 히나를, 땅의 수용은 브로글을 낳았다. 두 기운은 서로에게 반응하고 영향을 미쳐 수많은 사물을 탄생시키고 변하게 한다.

솔직히 말한다. 백 번을 읽어도 의미가 확 와닿지 않는 글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대로 해석한다.

히나와 브로글이 만나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존재는 아이다. (-201-)

그 시간 피비는 제 말로 경찰서로 들어갔다. 서장을 찾았고, 서장과 함께 접견실로 갔다. 접견실에는 피비와 모부,그리고 정치 경찰 두 명이 이미와 있었다. 피비는 마지막으로 모부와 짧은 이야기르 나눴다. 내용은 알 수 없다. 이야기는 피비의 정중한 인사로 마무리되었다. 피비의 엄마는 피비에게 약을 건넸다. 피비는 약을 마셨다. 잠시 후 피비는 죽었다. (-248-)

소설 『결정 거부자 』 은 주인공과 주인공 아버지가 나온다. 그리고 두개의 세계관은 Red Stage, Blue Stage 이며, 주인공은 예비 브로글이 되고자 하였다. 소설 은 선한 포기자와 악한 도망자가 나오고 있으며, 두 개의 계급으로 이루어진 세계서,작가는 악한 포기자가 아닌 악한 도망자라고 하였는지, 선한 도망자가 아닌 선한 포기자라고 하였는지 의도가 궁금하다.

소설은 청소년 SF 라고 말하고 있었다.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의아했다. 청소년이 보기에 상당히 난해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으며, 페소아의 고전 『불안의 책』, 율곡 이이가 쓴 『성학집요』가 나오고 있어서,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철학을 이야기하고 잇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선택과 결정을 강요받는다. 그 어떤 결정을 거부할 때, 발생하는 불이익이나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 될 수 있다. 수용하는 것보다 거부하느 것이 더 힘들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친구였던 피비, 그리고 시드니가 등장하고 있으며, 주인공인 나와 지선,소유가 또다른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 두가지 세계를 보면서, 선한 포기자일 수 있고, 악한 도망자일 수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두가지를 『불안의 책』과 『성학집요』에 나오는 메시지를 차용하여,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건 어떤 논리아 결정에 있어서,나의 의견보다는 검증된 과거의 고전 속에서 찾아낸다면,나의 그 결정에 대한 책임,부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다.주인공이 히나와 브로글 사이의 경계에 놓여지고 있는 것처럼, 브로글이 지나갈 수 있는 경계 J-21 문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적 동선을 엿볼 수 있었으며,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계급사회의 심각한 상화에 직면하여,이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여섯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더한 삶을 살고자 하는지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청소년 문학 임에도 상당히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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