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에세이
이경창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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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대생이 고백했다.

"나는 빛나는 서울대생이 되었지만, 내 안에서는 찌그러진 깡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열아홉 우리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강고하게 '가도 괜찮은 길' 을 정해놓았다. 의사,검사, 대기업, 공무원 등.가도 괜찮다는 길이 이 몇 가지 밖에 없으니 선택의 문 자체가 매우 비좁다.그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니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극소에 속하지 못하면 패배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일까? 이 선택의 문이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원해서 가는 경우가. 우리가 진로를 결정할 때 이런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내가 원하는 학과와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일.

이런게 완전히 대립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19-)

내가 만약 항과고가 아닌 인문계에 갔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라는 공군에서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항공 분야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나는 모의고사, 수능을 분비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학업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외부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대체로 자기계발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언어를 공부하는 등 각자 관심있는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그에 비해 학교 수업에 있어서는 열정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70-)

어릴 적 나는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줄 때면 늘 부러움의 감정이 앞섰다. 친구들을 불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선물도 받는 걸 보면 '아, 나도 이렇게 축하받는 집에서 태어나고 싶다' 는 생각도 들었다.

내 부러움을 사는 생일을 보내는 친구들에 비해 내 생일은 매번 초라했다. 큰 누나의 생일은 2월 7일, 그리고 나는 이틀 뒤인 2월 9일이었기 대문이다. 항상 나는 큰누나 생일에 잠깐 엊혀가는 기분이었다. (-124-)

학교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사회는 누군가가 눈에 띄고 거슬리기 시작하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 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을 배척하려 한다. 나는 분명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 뿐인데 열심히 하면 할수록 주변에서 하는 소리라고는 "재수없어,나대지마,거슬려"가 전부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허무해지고 '열심히 한 내가 잘못한 건가?' 라는 생각도 든다. (-166-)

예전부터 나는 하루빨리 성인이 되고 싶었다. 떳떳하게 술집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술도 마시고, 10시가 넘어서 PC바에 있으면서 게임도 해보고, 혹여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로또로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며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아닌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234-)

작가 이경창은 열아홉이다. 아홉수에 걸리는 나이다. 책 『열아홉의 에세이』 에서는 아른들은 모르는 우리창의이야기라고 말한다. 정확히 어른이 아닌, 부모를 의미한다. 열아홉이 되면, 다른 사람은 나에 대해 몰라주어도 섭섭하지 않지만, 나의 가족, 특히 부모님이 나의 마음을 몰라줄 때면,섭섭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 나타날 때,적극 표현할 수 있어야 하건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표현이 서툴고,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책을 읽으면, 알파세대 , 21세기에 태어난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 앞으로 수능을 쳐야 하지만, 작가는 다행히 진주에 있는 특성화고 항공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수능 ,내신에 대해 자유로운 상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자신이 하고 싶을 일에 대해 뚜렷한 진로, 꿈이 느껴지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언급되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매해 생일을 챙겨주지 않는 부모님,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왜 안챙겨주내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말한다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뻔한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알기 때문에, 내 감정만 상할 뿐이다. 바로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그런 거다. 섭섭함과 죄책감, 후회,감수성이 예민한 열아홉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욕망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람마다 다르지만,그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간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진다 하더라도, 사회에 제 약할을 다할 수 있고,나의 생각과 나의 느낌과 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십대 청소년의 마음을 적극 이해할 수 있고, 나의 십대 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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