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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목숭아
복숭아 한 상자 사서 집에 오다가
한성약국 약사님 두개
생선가게 아줌마 두 개
호떡집 아줌마 한 개
도너츠 가게 아저씨 두 개
관리실 경비 아저씨 세개
여기저기 더 떨구니
두 개 남아서
처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22-)
혹덩이
캐비닛 가득 찬 사건 기록
밤새 쓰던 변론요지서
꽁초 가득 찬 재떨이
희미한 불빛과 여인의 향기, 그리고 폭탄주
들끓고, 시렸던 시간들
이제 다 가버리고
턱 밑에 단단한 혹덩이 하나
추억처럼 남아
있다. (-50-)
사랑
웃음이 사랑이다.
눈물이 사랑이다.
애달픔이 사랑이다.
쓸쓸함이 사랑이다.
불구하고가 사랑이다.
거짓말이 사랑이다. 발길을 돌리는 게 사랑이다.
그러다가 뒤돌아보는 게 사랑이다. (-118-)
나는 우리 아들이 평생 '학인'배우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
누구보다 똑똑한 예철아
늘 겸손하게 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삶이 깊어지고 더 넓어질 거야.
보물 같은 아들이 엄마,아빠에게 와서
30년 넘는 세월 참 잘 살았다.
예철이가 해 준 스지와 마음으로 만들어준 음식들도
잊지 못할 거야. (-173-)
권 변호사는 2009년, 극단 '연극공간 - 해'의 대표이기도 한 부인 노지향 씨와 비영리단체 행복공장을 출범, 홍천에 '성찰공간 빈숲'을 만들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행을 저질러 검찰청에 출석한 아이들한테 부모에 관해 물어보면 이혼했거나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며 "엄한 처벌을 한다고 이런 아이들이 바뀔까. 오히려 더 큰 폭탄'이 되어 우리 사회를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222-)
책 『꽃 지기 전에』은 저자 권용석의 유고집이면서,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행복동장 사장으로서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릴 적 담배를 일찌기 배워서 끝끝내 금연을 하지 못했던 저자, 선한 성정이 감사로서,고마움으로서,나눔으로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죗값을 정해놓는 현실이 힘들었고, 결국 5년이 지나 검사의 직책을 내려놓게 된다.그리고 변호사로서 15년간 일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나약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비행청소년,우범지대, 결손 가정,그들이 어떤 범죄의 늪에 빠져들게 된 것은 여느 이들과 다른 삶과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따스한 밥 대신,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는 그것이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소년원에 있는 보호감찰 처분을 방은 아이들,그 아이들이 성장하여,어른이 되어서, 더 나쁜 길로 빠져드는 것을 걱정하였다. 누가 보면 지나친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직업에 대한 책임감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법의 본질, 검사의 역할과 변호사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였고, 행복 공장, 성찰을 할 수 있는 장소 '성찰공간 빈숲' 을 만든 이유다. 건강한 사람,건강한 관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내고, 검사가 필요 없는 사회 판사,변호사가 없는 사회를 꿈꾸는 고인이 된 권용석 변호사가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 사람을 생각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번 곳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