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이너리 마더
크리스 맬컴 벨크 지음, 송섬별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음파 기기는 아기가 아들이라고 알려 주었다. 기계를 쳐다보면서 우리는 아기의 몸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반향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음향 측량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의 이미지다. 나를 향해 음파가 쏘아진다.기계는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시커먼 반향 속에서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무언가 중요한 것,심지어 반드시 필요한 것을, 그건 움직이는 사진이다. (-39-)

한번은 내가 농구경기를 하다가 누군가의 팔꿈치에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자 아버지는 반사적으로 코트 위로 달려 들어왔다. 심판이 뒤에서 코트에서 나오라고 고함을 질러대도 아버지는 멈추지 않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내가 아빠가 되어야 하는 줄 몰랐었다. (-128-)

샘슨이 태어날 무렵 나는 79킬로그램이다. 소시지를 껍데기 안에 채울 때, 엄지를 소시지에 힘 있게 누르면 손을 빼고 난 뒤에도 움푹 파인 자국이 남는다. 그렇지 않으면 껍데기인 소시지가 과하게 차서 터져 버린다. 진통 때문에 내 복부는 팽팽하게 당겨진 껍데기가 되어 복막이 찢어질 것 같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온갖 옷을 챙기지만 그 시간이 내 삶에서 내 가슴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유일한 몇 시간이다.분만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셔츠가 찢어져 버린다. (-169-)

잠시만, 여기 우리가 그 사진을 찍은 장소잖아.애나가 말했다. 어떤 사진? 내가 묻는다. 왜, 그 사진 말이야.다른 날에 브라우니 사러 갔다가 찍은,여기 계단에 앉아서 찍은 사진. 그녀가 답한다. 그녀는 나와 샘슨 옆에 숀이 탄 유아를 세워놓았다. 안돼, 숀,지금 브라우니를 사진 않을거야.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벨그레리드 스트리트 한가운데로 뒷걸음질하며 말했다. 흥분하지마, 숀. 브라우니 줄 거야. 그 전에 지금의 크리스 사진을 한장 더 남겨 놔야지. (-205-)

학교 체육관에서 나는 웨이트 운동을 하며 젊은 남자들이 농구하는 모습을 본다. 나는 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긴 시멘트 벽돌 복도를 지나 단체 샤워실을 지나 탈의실 안에 들어가야 화장실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이런 장소가 무섭다. 너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공공도서관에 있는 레고 클럽에 갔다. 너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니 분명 수다를 떨고 있겠지. (-271-)

작가 크리스 맬컴 벨크는 '논바이너리 트랜스매스큘린(nonbinary transmasculine'으로서 지정성별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녀 성별과 무관한 성소수자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에세이스트이자, 교사이며, 아빠로 불린다.

책 『논바이너리 마더』을 읽으면 한국과 다른 미국의 사회적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면서,남성성을 유지하려고 하면서,파트너로 애나가 있다. 하지만 파트너 애나가 먼저 출산하였고, 크리스 또한 여자의 몸을 쓰기로 하였다. 임신과 출산으로 샘슨을 낳게 된다. 하지만, 아바가 가슴을 내놓고, 아기 샘슨에게 모유를 먹이는 모습이 매우 어색하게 매우 느껴진다.

이 책은 여자의 몸으로 살아오면서, 남자,아빠 역할을 하면서 살아아갸 하는 크리스틴 마리 벨크의 삶과 그의 파트너 애나 벨크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성소수자 가정으로서, 낯설지만 익숙하고, 겪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크리스틴과 크리스의 삶을 오고간다. 자신의 생리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 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크리스 맬컴 벨크 으로 개명신청하면서, 바꿔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해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사회가 만든 규범, 남성과 여성, 장애와 비장애로 구분짓는 사회가 만든 편리함에서 탈피하여, 성소수자를 위해 유연한 사고와 사고방식이 필요하며, 그들을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것을 탈피하는 법, 우리 사회에서,실력과 무관하게 직업적 불이익을 받는 환경을 앞으로 고쳐 나가야 할 때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미국의 관대한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논바이너리 트랜스매스큘린(nonbinary transmasculine' 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